"깜짝 등장에 깜짝 행보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진 마세요."
40대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가 등장하면서 대권을 향한 한나라당 잠룡들이 꿈틀대고 있지만 유력한 차기 후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정작 침묵이다. 오히려 기획재정위원으로 경제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친박계 박종근 의원(대구 달서갑)은 "박 전 대표가 이번 개각으로 정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은 맞지 않다"며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고 그 결과를 지켜본 뒤에 움직임이 있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헤비급'인 데 반해 김 내정자는 '플라이급'에다 '신인'이라고 빗대기도 했다. 한마디로 '격'(格)이 다르다는 뜻이다.
다른 친박계 의원들도 '박근혜의 무대응'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박 전 대표는 이런 일(개각)로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이정현 의원), "박 전 대표는 외부 상황 변화의 유·불리를 판단해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다"(구상찬 의원), "박 전 대표가 먼저 정치적 어젠다를 만들어 나가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한선교 의원) 등 말은 달라도 뜻은 같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정복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내정되듯 이 정부가 각개격파로 '친박 빼가기'를 이뤄간다면 친박 결속을 위해 행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좌장격이었던 김무성 원내대표의 이탈에 이어 비서실장을 자임하면서 메신저 역할을 해 오던 유 의원마저 이명박 대통령의 '러브콜'에 무너진 것은 박 전 대표의 잠행 행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표가 움직이지 않은 채 시간이 간다면 앞으로 대권구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그래선가 박 전 대표의 '정중동'(조용한 가운데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태환 의원은 "이제 박 전 대표가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김 총리 내정자의 등장에 다른 잠룡들은 견제에 들어갔다. 특히 김문수 경기지사와 김 총리 내정자는 신경전까지 벌였다. 김 지사가 9일 "갑자기 자고 나면 총리가 나와 '누구지?' 한다"며 중국의 리더 교체 과정과 비교해 발언한 데 대해 김 내정자는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를 정해 놓고 뽑는 시스템과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평가하고 선택해서 뽑는 시스템하고는 다르다"고 맞받았다. 정몽준계로 분류되는 전여옥 의원은 "'총리 내정자가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 깜짝 후보'라고 한 김 지사의 발언은 적절하다.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만으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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