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고 풍부한 모래가 쌓인 백사장이 자랑거리인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 곳곳이 자갈밭으로 변하고 있다.
10일 포항시 구룡포읍 삼정리 삼정해수욕장. 넓지는 않지만 고운 백사장이 유명해 여름이면 피서객으로 붐비었지만 요즘은 찾는 사람들이 적어 썰렁하기 짝이 없다. 수년 전 어항 방파제를 설치하고부터 해변을 가득 채웠던 모래는 사라지고 온통 자갈밭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방파제를 설치하고 난 후부터 모래가 조금씩 유실되더니 급기야 백사장은 온데간데없고 자갈만 남았다"며 "피서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피서철 특수가 사라져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한때 명주조개 서식지로 유명했던 포항시 동해면 도구해수욕장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폭이 100m+에 달했던 백사장은 절반으로 줄었으며 굵은 자갈만 뒹굴고 있다. 특히 얕은 바다 속까지 자갈로 뒤덮이면서 조개 채취는 몇 년 전부터 아예 중단돼 버렸다.
경북 동해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수욕장의 하나인 포항 월포해수욕장도 몇 해 전부터 자갈이 늘어나더니 지금은 백사장의 3분의 1가량이 자갈밭으로 변해 피서객들에게 언제 외면받을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영일만항 방파제 건설 등 해안 개발 가속화로 물길이 바뀌면서 침식과 퇴적이 불균형해진 탓에 자갈밭으로 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십년간 피서객을 맞이해 온 월포해수욕장 상인들도 이대로 가다간 몇 년 안에 피서객의 발길이 끊길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상인들은 "예년의 경우 피서객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았는데 올해는 백사장이 점점 줄어든데다 자갈도 많고 관리를 안 해서 그런지 피서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동해안 해수욕장 백사장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데도 포항시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며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항시 한 관계자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연안 침식 방지용 시설을 설치하는데 해수욕장에 모래를 넣기보다는 바다에 '보'를 만들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훈 포항시의원은 "자연적인 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아놓은 탓에 백사장 유실이 가속화한다면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모래가 더 이상 유실되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백사장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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