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산문화거리 조형물 경북대 류재하 교수

삼발이? 거미? 뭔가 했더니…대형LED 디스플레이 영상

누군가는 '삼발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거미 같다'고도 한다. '오랜 만에 대구에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는 말도 들린다. 지난달 중순 봉산문화거리 입구에 선보인 영상 조형물을 두고 행인들과 시민들이 호기심 어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밤에 보는 광경은 더욱 새롭다. 대구의 야경을 새롭게 밝히는 조형물이라는 점에서도 이색적이다.

'봉산 하늘-미디어 스카이'는 대구에 처음 선보이는 미디어 조각 작품이다. 가로 17m, 세로 18m, 높이 10m 규모에 세 개의 다리가 격자 무늬의 원형 디스플레이를 떠받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경북대 미술학과 류재하 교수의 작품이다.

"봉산문화거리 입구의 협소한 지형과 환경에 어울리게 설계를 했어요. 무엇보다 봉산문화거리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데 초점을 뒀죠."

지상에 공간이 부족하니 하늘 공간을 염두에 뒀다. 대형 LED 디스플레이에는 신문의 활자, 꽃의 개화, 물고기의 유영 등을 담은 영상이 자연의 변화와 도시의 역동성을 보여주며 빠르게 흘러간다. 형태적으로 불안해 보이는 세 개의 다리는 조형적 긴장감을 주는 데다 좁은 봉산문화거리 입구가 넓어보이는 효과가 있다. 이 작품은 류 교수가 4, 5년 전부터 구상해오던 것이다. 현재는 한층 더 진일보한 미디어 조각 작품을 구상 중이다. LED를 이용한 획기적인 조각 작품이 될 예정이다.

서양화를 전공한 류 교수는 2000년대 초 영상 작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국내에서 드물게 '미디어 조각'의 개념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조각과 미디어를 결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시대가 바뀌면 미술의 재료와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근대 이전 예술가라면 판화, 건축, 페인팅 할 것 없이 다양한 표현을 했죠. 하지만 미술이 화랑 속에 갇히기 시작하면서 이런 자유로움이 사라졌어요. 이제 다시 표현의 자유를 꿈꾸는 거죠."

이번 조형물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대비해 주변경관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전국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지원받은 사업비는 약 3억원이지만 류 교수 개인적으로 기업 협찬 등을 유치해 총 5억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들조차 류 교수의 작업을 비웃었다. "작가들조차 돈 안 되는 걸 왜 하냐고 물었죠. '작품'이라고 말하지 않고 '공사'라고 표현하더군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도시 조형물 분야에서 예술을 빙자해 폭리를 취해왔어요. 왜 이렇게 조형물의 위상이 전락했는지 씁쓸하죠." 그는 대구가 볼거리 없는 도시가 된 데에 예술가들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제작 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조형물이 많지만 그는 그의 작품을 계속 진전시킬 계획이다. 대구의 역사, 대구 사람들의 얼굴, 거리의 표정을 미디어 콘텐츠로 담아내는 것은 물론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시기에 맞는 영상도 내보낼 생각이다. 완결된 조형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조형물인 셈이다.

그의 작업실에는 중국, 북한에서 건너온 토우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그는 인간적 느낌을 품은 전통을 첨단의 영상과 연결시키는 작품을 꿈꾸고 있다. "앞으로도 '봉산 하늘-미디어 스카이' 영상의 콘텐츠는 계속 바꿔 발전시킬 겁니다. 봉산문화거리의 문패인 만큼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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