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년 정도 일하다 보면 더위에 이골이 나지. 그럼 웬만한 더위는 더위 같지도 않아."
6일 오후 1시 동대구역 부근 선로. 멀리 지평선까지 뻗은 선로에서 이글거리는 열기가 피어올랐다. 뙤약볕 아래에서 동대구철도시설관리반 4명은 흐르는 구슬땀을 닦을 겨를도 없이 작업에 한창이었다. 마치 물에 들어갔다 나온 듯 셔츠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이들은 비록 5분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휴식시간이 되자 쏜살같이 그늘 속으로 걸음을 옮겨 얼음물을 찾았다. 물맛이 '꿀맛'이라는 게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뜨거운 여름이 되면 철도시설관리반 직원들은 바빠진다. 높아진 온도 때문에 선로의 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여름 불볕더위도 아랑곳없이 안전관리에 열심인 이들은 진정한 '철도 사나이'.
여름철 기온이 올라가면 선로가 틀어지는 '자굴현상'이나, 늘어나는 '장출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철도시설관리반 직원들은 일주일에 몇번씩 레일에 이상이 없는지 도보순회를 하거나 레일보수 작업을 벌인다.
작업반 서대균(42) 씨는 "4.3㎞에 이르는 구간을 땡볕에서 도보순회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며 "하루에 옷을 2번 갈아입어도 모자란다"고 했다. 서 씨는 올여름 몸무게가 2㎏이나 빠졌다.
작업반원들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선로가 가열되면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다. 한낮 기온이 33℃가 되면 선로는 55도까지 오른다. 철로 옆에는 서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혀 올 정도. 게다가 선로를 따라 만들어진 높은 방음벽이 바람을 막아 한줄기 바람도 없다.
조장현(30) 씨는 "햇빛가리개, 얼음물 등을 동원해도 더위와의 싸움에는 별 소용이 없다"며 "그나마 옆 레일로 기차가 지나가면서 일으키는 바람이 위안이다"고 했다.
여름을 몇 번 보내고 나면 작업반원들에게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익숙해진다. 조 씨는 "3년차밖에 안됐지만 집에선 에어컨도 안 틀고 지낸다"며 웃었다.
공기업에서 일한다고 주변에선 부러워하지만 이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루종일 밖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더위뿐 아니라 열차추돌, 감전 등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
작업반원들이 폭염 속에서도 하루를 버틸 수 있는 것은 철도 안전에 대한 책임감이다.
전태덕(57) 실장은 "덥다고 일을 대충했다가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며 "철도 안전에 대한 사명감 때문에 나태할 수 없고 최선을 다해 31년간 이 일을 해왔다"고 뿌듯해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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