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복잡한 대학 입시 전형 이대로 둘 것인가

다음달부터 대학 수시 모집이 시작된다. 올해도 대학마다 경쟁이 치열하고 내용도 복잡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분교를 포함한 전국 225개 4년제 대학의 수시 전형 수는 2천484개다. 정시까지 포함하면 3천663개로 늘어난다. 한 대학당 평균 16개의 입시 전형이 있는 셈이다.

대학 입시가 이렇게 복잡한 것은 현 정부의 교육 정책과 대학의 잇속 챙기기가 맞아떨어진 탓이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사교육 줄이기를 최대 과제로 삼았다. 이는 대학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포함한 수시 전형의 대폭 확대로 나타났다. 정원의 80%를 수시로만 뽑는 대학도 있다. 대학은 여러 전형으로 입맛에 맞는 학생을 뽑고 전형료도 챙기는 이중 이익을 보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의 경우 20개가 넘는 전형으로 모집하는 대학이 12곳이나 된다. 수입도 폭리에 가깝다. 지난해 각 대학의 전형료 수입은 1천928억 원이었다. 수험생을 60만 명으로 볼 때 1인당 평균 32만 원을 대입 전형료로 지출한 셈이다.

대입이 복잡하면 결국 수험생 가족만 많은 피해를 본다. 성적보다 정보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이미 입시 지도를 포기한 지 오래고, 수험생은 막바지 수능 준비로 전형 내용을 살필 겨를이 없다. 결국 한 번 상담에 수십, 수백만 원이 드는 컨설팅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보가 부족한 지방 학생은 더욱 큰 불이익을 당한다. 빈익빈 부익부가 대학 입시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이다.

대학 입시는 정답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복잡하면 안 된다.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정부는 대학과 사교육 업체만 살찌게 하는 현 입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잘못된 것은 하루라도 빨리 고쳐야 혼란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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