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의 나이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것은 실례다. 자칫 크나큰 쓰나미(?)의 눈총 백 발에 유통기간 무한대의 뒷담화를 달고 살아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자는 여성 스타의 인터뷰를 나가게 될 때 한 가지 꼭 챙기는 버릇이 있다. 상대방의 나이를 알고 가는 것. 그래야 실수를 안 하게 되고, 아울러 실제 나이보다 동안일 경우에는 "동안이시네요"라는 덕담을 통해 상대방의 무장해제를 가져올 수도 있다.
MC로 DJ로 배우로 그야말로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이며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엔터테이너 박소현을 만나러 갈 때도 그랬다. 그녀가 누군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청춘드라마 '내일은 사랑'에서 이병헌과 커플 연기를 하며 청순한 이미지로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던 그녀였다. 흐르는 시간을 막을 도리가 없어 수치적인 나이는 더해졌지만 실제 그녀의 모습이나 매력은 풋풋한 20대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이었다. 그래서 기자의 첫 마디는 "어쩌면 이렇게 동안이세요"였다.
#동안 비결 없어…기도'명상 철칙
"저는 내숭 떠는 것 정말 싫어해요.(웃음) 그래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동안의 비결이 따로 있나요? 좋은 화장품 쓰고, 수시로 관리하는 거죠. 요새 보면 사람의 피부가 노화되는 만큼, 화장품도 진화하고 있어요. 어마어마하게 좋은 제품들이 많다니까요. 10년 전에 이런 좋은 제품 만났으면 더 좋아졌을 텐데…."(웃음)
해맑게 웃으며 "특별한 동안 비결은 없다"고 잘라 말하는 그녀는 다만 한 가지 자신이 꼭 지키는 철칙이 있다며 공개했다. 그것은 바로 기도와 명상. 그녀는 매일 하루에 한 시간 이상씩 기도를 빼먹지 않고 한다고 했다. 가깝게는 가족과 주변인들을 포함해 멀게는 누군가를 위해서까지 그 범위가 넓혀진다고. 그렇게 기도를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단다. 마음의 평화는 모든 것에 있어 안정을 가져다준다는 진리를 믿는다고 했다.
#10년간 라디오와 함께
그녀는 매일 SBS 파워FM(107.7Mhz) '박소현의 러브게임'으로 청취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한 데 이어 2008년부터 다시 마이크 앞에 앉았다. 근 10년간 아날로그의 향수를 대표하는 라디오란 매체와 함께하는 그녀가 생각하는 '라디오'는 어떤 것일까.
"예전에는 그냥 생활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새는 소중하다는 생각이 더 크네요. 한 번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자리라서 그런지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고 매번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아마 같은 제목으로 똑같은 DJ가 다시 진행하는 게 처음일거예요. 그만큼 청취자들이 저를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 뜨거운
감정 따라 더욱 열심히 하게 돼요. 즐겁고 기쁜 마음을 제 목소리로 많이 전해드리고 싶어요."
그녀의 오랜 라디오 경력은 방송에 출연하는 게스트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른 방송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신승훈 이승철 등 명품 가수들의 목소리를 간간이 들을 수 있는 것도 다 박소현이 쌓아온 소중한 재산이다. 그녀는 "대부분 10년 이상 알고 지낸 사람들이다. 아니 15년 넘게 알아온 스타도 있다"며 "그래서인지 진솔한 생각이나 개인적 친분이 없이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런 것이 '러브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다"고 자랑했다.
"듣는 사람도, 또 말하는 사람도 군더더기나 오해 없이 느낄 수 있는 원천은 역시나 오랜 시간 다져온 친근함이겠죠. 가수는 노래와 앨범을, 배우는 연기와 작품을 인생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물론 저도 배우지만 DJ로서 보면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제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죠."
이휘재 "결혼하지 말자"
이쯤 되니 '이 질문을 던지기에 적절한 때가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바로 결혼과 연애에 대한 얘기. 그녀 스스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지금까지 만나 온 사람들이라고 했는데, 왜 평생의 인연을 만났다는 소식은 아직 없는 것일까. 특히 그녀가 신승훈이나 이휘재와 각별한 사이라는 것은 연예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 심지어 청취자들과 그녀의 팬들이 신승훈과 결혼하라고 부추기기까지 했던 일화도 있다.
"안 그래도 '러브게임' 홈페이지랑 신승훈 씨 팬페이지에 '잘 어울린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끼리는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까 결혼하지 말고 마음 맞는 사람들 모여 '실버타운 준비하자'란 얘기를 자주해요. 이휘재 씨도 '우리 결혼하지 말자'고 얘기하고요.(웃음) 다들 한결같이 의리 변하지 않고 15년 넘게 알고 지내서 더 그런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그래도 '서로 결혼하지 말고 실버타운 준비하자'라니, "썩 좋은 발상은 아닌 것 같다란 생각이 든다"고 반문하자 그녀는 그냥 해쭉 웃는다. 그러면서 "사실 대화가 잘 통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데 쉽게 만나기 어렵더라"며 "아무래도 방송연예계라는 특수한 직종에서 근무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있어 힘든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씁쓸해 했다.
"저 같은 경우만 해도 매일 2PM 소녀시대 등에 대한 얘기를 끊이지 않고 하는데, 이런 얘기를 다른 업종의 동년배들과 나누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대개 그들은 재테크는 어떻게 하고, 골프는 몇 타 치고 등의 얘기들이더라고요. 그러니 서로 코드가 다를 수밖에요. 그렇다고 꼭 같은 분야 종사자가 우선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이 대화하고,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웃음과 에너지를 서로가 주고받다 보면 좋은 인연이 되지 않겠어요? 결혼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보려고요."
다행히(?) 실버타운 준비까지는 아니었던 게다. 그래서 기자는 멀리 보지 말고 가까운 데를 보라는 조언을 건넸다. 그러자 그녀는 크게 한 번 웃다가 손사래를 쳤다. 박소현은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고 끝날 때를 예로 들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클로징 멘트는 항상 "여러분 사랑합니다"
"빨간 '온에어' 불이 들어올 때는 설렘으로, 꺼질 때는 아쉬움보다 다시 만나자란 약속이라 생각하며 방송에 임해요. 그래서 저는 클로징 멘트를 '여러분 사랑합니다'로 하는데요. 여기에는 방송을 마쳐서 아쉽다기보다 청취자들을 사랑하고, 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의 의미가 담겨 있어요. 제가 유머러스하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러고 보니 저는 매일 라디오를 통해 만나는 여러분이 제 이상형인 것 같아요. 청취자들이 남자친구보다 나은 셈이죠."(웃음)
결국 박소현은 라디오 속 청취자들을 자신의 이상형으로 택했다. 천상 방송인이라는 것을 자기 스스로 매조지하는 듯 그녀의 청취자들을 향한 애정공세는 아름다웠다. 오늘도 박소현은 빨간 '온에어' 불빛 앞에 앉아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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