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용호(39) 씨는 요즘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한 뒤 맥주 한잔 들이켜는 것이 낙(樂)이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지쳤다가도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 이내 활력을 찾는 것 같다. 박 씨가 마시는 맥주는 시중에 파는 일반 맥주가 아니다. 바로 집에서 직접 만든 '홈메이드'(home-made) 맥주다.
'핸드메이드'(hand-made'수제)가 무한 팽창하고 있다. 과거에는 의류나 신발 등 패션 분야에 집중되었던 핸드메이드가 웰빙과 개성을 중시하는 바람을 타고 먹을거리와 화장품, 주얼리 등으로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소비층 또한 일부 마니아에서 일반 대중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 같은 열풍을 타고 핸드메이드는 주부들 소자본 창업의 아이템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먹을거리 뜬다
박 씨의 집에는 별도로 업소용 냉장고가 갖춰져 있다. 필요할 때마다 맥주를 만들어 보관하기 위해서다. 현재 냉장고에는 박 씨가 만든 40ℓ 정도의 맥주가 보관돼 있다. 박 씨는 "8년 전쯤에 수입 맥주를 맛볼 기회가 있었는데 진한 맛이 내 입맛에 딱 맞았다. 하지만 수입 맥주는 비싸고 귀해 직접 만들어 마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보리와 호프, 효모 등 재료를 구하기 위해 맥주 만들기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이제는 맥주 만들기에 있어 준전문가 수준인 박 씨는 입맛에 따라 다양하게 맛을 조절할 수 있다. 박 씨는 "국산 맥주보다 비용은 2배 정도 더 들지만 부드럽고 입맛에 맞다"며 "퇴근 후 보통 500~1천㎖ 정도를 마신다"고 했다.
박 씨와 같이 자신의 먹을거리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최근에는 상업적으로 발전, 호응을 얻고 있다. 장민정(28'여) 씨는 1개월 전에 수제쿠키 전문점을 열었다. 아직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지만 입소문을 타고 제법 찾는 이들이 많다. 장 씨는 "젊은이들이 주고객인데 점심을 먹은 후 커피를 마시면서 간식용으로 사 가거나 젊은 주부들이 아이에게 먹이기 위해 구입한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서 파는 쿠키는 대략 10가지로 가격은 개당 800~1천원 정도다. 슈퍼에서 파는 쿠키보다는 비싸지만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쿠키보다는 저렴한 편. 수제쿠키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천연제품이라는 것. 버터와 우유, 밀가루, 곡물, 과일 등 천연재료만 사용한다. 장 씨는 "요즘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핸드메이드에 대한 수요가 는다"고 했다.
수제햄버거 전문점도 인기다. 2, 3년 전부터 하나 둘 생겨난 수제햄버거 가게들은 이제 웬만한 상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많아졌다. 수제햄버거는 고기 패티나 빵을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지 않고 가게에서 직접 만들어 굽는다. 정크푸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햄버거를 '슬로 푸드'로 변신시켰다. 수제햄버거를 자주 먹는다는 직장인 김세현(28'여) 씨는 "가게에서 직접 만드니까 재료들이 신선하고 깨끗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시중 햄버거보다 가격은 2배 정도 비싸지만 그만큼 값어치를 한다"고 말했다.
수제초콜릿도 인기몰이 중이다. 수제초콜릿은 1개에 2천원 정도로 값은 비싸지만 방부제가 전혀 없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수제초콜릿 전문점을 운영하는 나수진(33'여) 씨는 "덜 달고 견과류의 씹히는 맛이 좋아 한 번 맛보고 단골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며 "주문제작을 통해 생일 등 축하일을 기념해 자신만의 머리글자나 표현 등을 새길 수 있는 것도 인기 비결 중 하나"라고 했다. 이 밖에 아이스크림이나 호두과자 등 핸드메이드 식품들의 종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 핸드메이드 무한확장
핸드메이드 품목이 먹을거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다이어리나 화장품은 물론, 패션, 주얼리 등 생활 소품들도 대상이 된다. 남희(32'여) 씨는 1년 전에 북아트 공방을 열고 핸드메이드 다이어리나 앨범을 주문 제작해 주고 있다. 핸드메이드 다이어리는 일반 제품과 달리 자신의 취향에 맞게 다이어리를 꾸밀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남 씨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다이어리를 가질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주로 젊은층에서 찾아온다. 요즘은 가죽 느낌이 나게끔 특수 제작을 원하는 남자 손님들도 적잖다"고 했다. 주문 제작 외에 이곳에서는 직접 다이어리 제작 교육도 겸하고 있다. 제작 시간이 1시간 정도로 짧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수제비누나 수제화장품도 인기 품목이다. 홍성숙(38'여) 씨는 수제비누나 화장품, 이와 관련된 재료 등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하고 있다. 홍 씨는 "기존 비누나 화장품은 재료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몰라 불신이 강한 반면 수제는 천연재료만 넣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며 "과거에는 피부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찾았는데 지금은 피부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실버와 핸드메이드 주얼리를 같이 판매하고 있는 금경주(42'여) 씨는 "맞춤형으로 제작하다 보니 20대 여성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강조할 수 있는 핸드메이드 귀걸이나 목걸이를 심심찮게 사 간다"고 했다. 이곳은 터키석이나 장미석 등 수입 원석을 이용해 주얼리를 만들어준다. 가격은 1만~5만원으로 다양하다.
◆ 주부 창업으로 각광
핸드메이드 열풍이 불면서 주부들을 중심으로 핸드메이드 전문점을 개설하는 것이 유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보통 핸드메이드 교육을 받은 뒤 소자본으로 조그만 가게를 차려 판매와 교육을 겸한다.
홍성숙 씨는 취미로 수제비누'수제화장품 만들기를 하다 인터넷쇼핑몰을 차렸다. 홍 씨는 "아이가 한때 아토피를 앓아 천연비누와 화장품을 만들다 이를 사업화했다"며 "요즘은 직장생활이 불안정한데다 결혼 후에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최근 유행인 핸드메이드 분야에 여성들이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홍 씨는 판매는 물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문화강좌, 특강 등도 하고 있다.
간호사였던 금경주 씨도 취미로 1년 정도 배운 비즈공예를 창업으로 연결시켰다. 액세서리 가게를 하는 동생의 영향으로 주얼리점을 차렸는데 자신의 기술을 살려 핸드메이드 주얼리를 같이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장민정 씨 또한 제과점에서 일하다 결혼 후 수제쿠키 전문점을 차렸다.
핸드메이드 전문점은 앞으로도 주부들이 선호하는 창업아이템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핸드메이드 열풍이 꾸준한데다 수천만원 내외의 비교적 저렴한 창업 비용과 고객과 직접 만나는 짧은 유통구조, 손쉬운 운영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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