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국근의 명리산책] 재(財)와 재(災)

인생에서 겪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중에 '노후에 돈이 없는 것'이 들어간다고 한다. 예전엔 '말년 복은 자식에 달렸다'라고 했는데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안 입고, 안 먹고, 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모은 돈을 자식 뒷바라지에 다 바치고, 노후를 양로원에서 보내는 이들이 많은 걸 보면 새겨볼 만한 문구다.

사주에서의 돈은 재성(財星)이다. 재성은 양명지본(養命之本)이라 해서 생명을 기르는 근본이라 본다. 궁합을 볼 때도 당사자 간 이 재성의 동태가 중시된다. 그만큼 재물은 우리네 삶에 크나큰 위치를 점한다. 그런데 이 재성은 너무 많아도 걱정이고, 없어도 탈이다. 적어도 명리학에서는 그렇다. 재(財)가 재(災)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주에 재성이 너무 많은 것을 재다신약(財多身弱)이라 한다.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 앞에 산해진미를 차려놓은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이런 사주를 타고난 사람은 돈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주위에 돈이 흘러넘치니 알뜰살뜰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있으면 쓰고 없으면 '돈 좇아 삼만리'다. 투기에도 능하고, 사기도 잘 당한다. 돈을 추구하면 삶이 이지러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물질적 사고가 정신세계를 압도하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부옥빈인(富屋貧人)이다. 겉만 화려하다는 얘기가 되고, 실속은 없고 허풍만 세다는 얘기도 된다. 이런 사주를 타고난 사람은 동업을 해야 돈이 모인다.

재성이 너무 없어도 문제다. 이번엔 집착으로 나타난다. 돈을 담을 그릇은 작은데 너무 많은 돈에 욕심낸다는 의미다. 이를 사주에서는 군비쟁재(群比爭財)라 한다.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람들, 즉 동료나 형제들이 서로 헐뜯으며 돈 쟁탈전을 벌이는 형상이다. 그러기에 나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적다. 돈은 양명지본이기에 이 군비쟁재 사주에 걸리는 사람에게 또다시 재운이 돌아오면 생명까지 위험하다.

전쟁에선 피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물과는 인연이 적은 사람이라 할 수 있는데, 사업을 굳이 하려 한다면 동업은 절대 금물이다. 이런 사주를 흔히 거지사주, 거지팔자라 한다.

재성은 관성(官星)의 밑바탕이 된다. 그러기에 재성이 없고 관성만 있는 사주는 관직 유지 차원에서도 불리하다. 발판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매관매직으로 낙마를 하는 사람들이 요즘도 있는 것을 보면 재(財)와 재(災)는 아마 사촌지간 쯤 되는 모양이다.

하국근(명리연구원 희실재 원장) chonjjja@hanmail.net 010-8780-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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