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기의 소중함이 새삼 느껴지는 요즘,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각 가정까지 안전하게 공급해주기 위해 오늘도 무더위와 싸우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철탑을 거쳐 각 가정까지 공급되는데,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송전철탑의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현재 대구지역에는 모두 643기의 송전철탑이 있고 이들 송전철탑은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KPS㈜ 소속 87명의 송전전기원들이 유지·보수·관리하고 있다. 구슬땀을 흘리며 송전철탑 위에서 일하는 송전전기원들의 하루를 들여다본다.
송전철탑의 평균 높이는 50m. 대부분 산 중턱이나 정상에 있기 때문에 그곳까지 가는 일이 등산, 철탑에 오르는 일은 암벽등반에 비유된다. 그것도 그냥 맨몸이 아니라 20㎏이 넘는 장비는 보통이고 1개 8㎏짜리 애자까지 메고 올라야 할 때도 있다. 송전철탑을 오르는 시간도 50m기준으로 평균 15분이 걸린다.
경력 10년째인 송전전기원 김윤기(41·서구 평리동) 씨는 "직업상 우리는 얼굴이 구릿빛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죠. 산악인이나 암벽 등반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등쪽 근육도 잘 발달돼 있습니다"라고 했다.
초보 송전전기원은 한국전력 중앙교육연수원에서 3개월간의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 다시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소위 승탑(乘塔)을 할 수 있다. 그만큼 위험한 일이기에 전문성과 엄격한 교육이 뒤따른다고. 김 씨는 "철탑에서 일하다 보면 약한 바람만 불어도 미세한 진동이 일어 어지럼증과 구토를 하기도 해 어떤 때는 밑에 있는 동료가 구토물을 뒤집어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송전선로는 여름철 전기 사용량이 많을 때는 완만한 U자형으로 늘어져 있지만 겨울이나 전기 사용량이 적을 때는 덜 늘어져 있는데 이런 송전선이 시간이 지나면 부식되기 때문에 송전전기원들이 직접 올라가 이를 수리해야 한다. 이호구(47·달서구 용산동) 씨는 "작업하는 게 서커스에서 외줄 타는 것과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송전철탑 선로의 굵기는 한 가닥이 3~5㎝ 정도. 이를 '스펙트 카'라는 장비에 의지해 오직 사람 팔 힘으로 움직여 반대편 송전철탑까지 이동하는데 그 폭은 대개 300m에 이른다. 어떤 곳은 1천m가 넘는 곳도 있다.
김종문(46·달서구 용산동) 씨는 "7, 8월엔 송전선로 작업은 안 하고 송전철탑만 주로 올라가는데 10분도 안 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숨은 턱밑까지 차오른다"며 "하지만 산 정상 철탑에 오르면 산 아래로 구름이 흘러 마치 구름 위를 산책하는 기분도 들고 대구 시내가 한눈에 다 보여 시원하기도 하다"고 했다.
이호구 씨는 "경력 20년이 됐지만 아직도 작업할 때는 겁이 난다"며 "가끔 높은 데서 떨어져 자살하는 사람의 뉴스를 듣는데 이 위에서 일하다 보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진다"고 했다.
김윤기 씨는 마지막으로 "송전철탑과 송전선로가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것들이 없으면 전기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글·사진 조보근 시민기자 gyokf@hanmail.net
멘토: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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