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맞아 죽은 선구자 이그나츠 제멜바이스

1865년 오늘 오스트리아 빈 교외의 한 정신병원에 갇혀 있던 의사 한 사람이 규율 간호사들에게 맞아 죽었다. 이그나츠 제멜바이스. 의사가 손만 씻어도 산모(産母)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나 철저히 배척당한 선구자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법률 공부를 하다 빈 대학 의학과를 거쳐 빈 종합병원에서 산욕열 연구에 몰두했다. 당시 산욕열은 산모 5명 중 1명이 사망할 만큼 치명적이었다. 그는 산파들이 맡은 병동의 산모 사망률이 의대생이 맡은 병동보다 현저히 낮은 데 주목했다. 당시 의대생들은 부검한 장갑을 낀 채 아기를 받았다. 반면 산파들은 손을 씻었다. 그래서 의대생에게 염화칼륨액으로 손을 씻게 했더니 산욕열 사망률은 1%대로 떨어졌다. 이를 토대로 그는 "시신에 있는 병을 옮기는 어떤 물질이 의사의 손을 통해 임산부의 분만 상처를 통해 옮겨진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기성 의학계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사의 과실이 산모를 죽게 했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는 '손을 씻지 않는 의사는 살인자'라며 맞섰으나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 미쳐버렸다. 그가 정신병원에서 맞아 죽은 것은 그의 도전에 대한 기성 의학계의 보복이었다고 한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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