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랜드, 대구에 큰 보따리 풀어라"

대구시-이랜드 '종합지역기여계획' 협의중

연일 역외 유통업체들의 부실한 지역 기여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올해 3월 C&우방랜드와 동아백화점을 잇달아 인수해 대구에 본격 진출한 이랜드 그룹이 이달 중 '종합 지역기여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돼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는 롯데 등 역외 유통업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는 고사하고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만 가중시키는 등 지역민의 원성을 사고 있는 만큼 확실한 '다짐'을 받겠다며 벼르고 있다.

◆'큰 것' 요구하겠다

대구시는 다음주 중 이랜드리테일 대구경북본부장 등을 만나 이랜드 그룹이 이달 말까지 발표할 예정인 '종합 지역기여계획'에 대한 사전협의를 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시는 최근 롯데 등의 외지 유통업체들과 '말로 주고 되로 받는' 식의 본전도 못 챙기는 안일한 대응책으로 여론의 직격탄을 맞았던 터라 이번엔 시작부터 뭔가 다르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이랜드 측이 어떤 지역 기여안을 내놓을지 궁금하지만 모든 대구시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인 만큼 이랜드에 '큰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화시설 및 공원 등 편의시설 건립 ▷지역민 고용 창출과 정규직화 ▷광고전단·인테리어 등의 지역 업체 발주 ▷지역생산 물품 구매 ▷전통시장 기금 지원 ▷자금의 지역 금융기관 예치 등 다양한 요구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것.

대구시의회도 팔을 걷고 나섰다. 지역민의 주머니만 싹쓸이할 뿐 지역경제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외지 유통공룡들을 대구시민의 힘을 결집해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김원구 대구시의원은 "외지 대형 유통업체들의 지역경제 기여 실태를 살펴보니 대구시가 챙겨야 할 것도 못 챙긴 채 무분별하게 허가를 남발했다는 사실이 확연하게 나타났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만큼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불매운동 등 의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내용 담기나?

이랜드는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내용 있는' 지역기여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근래 역외 유통 기업에 대한 여론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자 '우리의 접근방식은 달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생색내기 수준의 지역기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최근의 그룹 내 분위기를 전했다. 자칫 '동아백화점'이라는 기존 브랜드가 갖고 있던 이미지까지 악화돼 대구경북에 뿌리내리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 이랜드는 지역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타사 사례를 수집하는 등 다양한 지역기여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이랜드복지재단을 통해 지역사회 복지기관과 연계해 사업을 확대하거나, 별도의 복지시설을 설립·운영하는 방안 ▷이랜드가 섬유·패션업에 강점을 두고 있는 만큼 지역의 섬유산업을 지원하고 한국패션산업연구원과 연계해 다양한 연구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방안 등이 물망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진정한 지역기여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역민 모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고용창출'과 '산업활성화'에 기여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지역경제의 3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와 외지 유통업체들이 머리를 맞대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이랜드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태를 통해 역외 유통업체에 대해 대구시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잘 알고 있고, 이를 충분히 감안해 종합 지역기여계획을 세울 예정"이라며, "돈을 쓰고도 시민들에게 욕을 먹는 사태를 만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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