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마을은 하회보다 덜 알려져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떤 점이 훌륭하지요?" 라디오 뉴스쇼 진행자가 물었다. "양동이 하회마을보다 덜 알려진 것이 가장 훌륭한 점입니다. 덜 알려진 까닭에 하회보다 양동마을이 본래 모습을 훼손하지 않고 더 잘 보존되었습니다. 마을의 전통을 잘 지킨 것이 양동의 가장 큰 자랑거리지요." 달리 말하면, 하회마을은 널리 알려지고 관광지로 유명해진 점이 양동마을에 비해 문제라는 말이다. 다행히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현지 심사에 앞서 마을 안에 있던 밥집과 가게들을 마을 바깥으로 옮긴 까닭에, 식당가와 민박 마을을 방불케 하던 하회마을이 본디 모습을 되찾아서 심의에 통과되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의미를 여러 언론에서 다양하게 보도했지만 문제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초가지붕을 슬레이트로 바꾸는 지붕 개량을 하지 않고 돌담과 토담을 블록 담장으로 고치는 새마을사업을 하지 않은 까닭이다. 일부 학자들이나 언론에서는 자연경관과 어울린 마을의 풍수 형국을 비롯하여 종가와 민가, 정자, 누각, 서원 등의 전통 건축물, 유교 문화의 전통을 잘 유지하고 훌륭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사실들을 중요하게 거론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왜냐하면 자연경관이 좋고 전통 가옥과 문화가 잘 전승되는 마을은 아주 많기 때문이다. 명문가를 자랑하는 반촌은 어느 마을이든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종가와 정자, 누각, 서당이 있으며 명망 있는 선비들이 다수 배출되었고 제례 문화의 전통도 잘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마을들은 새마을사업으로 마을의 본디 경관이 크게 달라져 있기 일쑤이다. 때로는 새마을운동 시기를 전후로 동제와 각종 민속놀이도 중단되었다. 게다가 유교 문화 전통 일색이어서 문화 다양성도 약화되었다.
그러나 하회와 양동은 새마을운동에 휩쓸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반촌인데도 별신굿과 탈춤, 줄다리기나 당제와 같은 민속 문화까지 잘 전승해 왔다. 그리고 상층 문화와 하층 문화, 유형 문화와 무형 문화가 조화를 이루면서 문화의 다양성이 잘 살아있는 마을이다. 새마을사업조차 하지 않은 가장 전통적이며 가장 지역적인 마을이 곧 가장 한국적인 마을이자 가장 세계적인 마을인 것이다.
유네스코가 두 마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 마을이 세계적인 인류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이며, 둘은 그런 까닭에 세계적으로 이 마을을 보존하고 가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화유산 등재가 오히려 우려되는 점은 지키고 가꿀 생각보다 관광객에게 팔아먹을 속셈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일부 주민들은 물론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할 행정 담당자까지 이런 욕망을 공공연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마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관광 산업 자산으로 지정된 것처럼 착각하는 셈이다. 이러한 착각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는 격이다. 왜냐하면 새마을사업보다 관광지화가 더 마을 문화의 전통을 훼손하는 까닭이다.
벌써 관광객이 폭증하고 있다. 관광객이 온통 마을을 점유하여 관광지 마을로 바꾸어 놓아서는 전통 마을의 정신이 살아남을 수 없다. 이미 마을 주민들끼리 늘어난 관광 수익을 놓고 티격태격한다. 안동시에서 하회마을 관람객을 하루 5천 명으로 제한하는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이자, 그 자체로 문화적 수준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가치이다. 따라서 목적가치를 지닌 문화를 상품화하여 경제적 교환가치로 바꾸려는 천박한 발상이 우려스럽다.
문화유산을 제대로 지키려면 '알아야 한다'. 주민들도 자기 마을에 관해서 모르는 부분이 있고 그 가치를 알지 못하는 내용이 있다. 하회마을연구소와 양동마을연구소를 제각기 만들어 마을 조사와 연구 활동을 펼치고 생산적인 보존 방안도 궁리해야 한다. 문화유산은 '지키는 사람이 주인'이고 '알아야 지킨다'. 그러자면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야 한다. 우물 안을 잘 아는 개구리가 되어야 세계문화유산을 경험하기 위해 찾아온 외국사람들에게 제대로 우물 안을 소개할 수 있다.
임재해(안동대 민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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