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시간 늦고도 뻔뻔한 中항공사…여행객 분통

늦게 도착 사과·해명도 없어 승객 80여명 기내 항의

12일 오후 중국 심양발 대구공항행 중국남방항공 전세기가 당초 도착예정보다 9시간가량 늦어져 승객 80여 명이 기내에 머물며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탈진한 한 승객이 대구공항 대합실에서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2일 오후 중국 심양발 대구공항행 중국남방항공 전세기가 당초 도착예정보다 9시간가량 늦어져 승객 80여 명이 기내에 머물며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탈진한 한 승객이 대구공항 대합실에서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2일 오후 6시 중국 심양에서 중국 남방항공을 타고 대구공항에 도착한 일부 승객들이 항공기가 9시간 넘게 연착했다며 두 시간 동안 기내에서 항의 농성을 벌였다. 이와 함께 이 항공기를 이용해 오전 11시 25분 대구에서 심양으로 가려던 승객 123명의 발이 꽁꽁 묶이는 바람에 대구공항은 이날 하루종일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심양에서 출발한 항공편 탑승객 146명은 하나같이 중국남방항공의 무성의에 울분을 토했다. 김대용(52) 씨는 "항공사에 물어봐도 연착 이유를 알려주지 않고 무작정 기다리게 해 화가 났다"며 "항공사는 중국 현지에서 150위안(한화 약 2만6천원)씩 보상해 준다고만 할 뿐 사과나 명쾌한 해명이 없었다"고 했다.

대학생 송모(24) 씨는 "승객 80여 명이 기내에 남아 항의를 하고 있는데 기장은 '오후 10시나 돼야 비행기가 뜨겠네'라며 빈정댔고 승무원들은 다리를 꼬고 앉아 찹쌀떡을 먹고 있었다"고 했다.

이날 소동은 중국남방항공 CZ667편이 이날 오전 7시 45분(현지시각) 심양을 출발, 10시 25분 대구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9시간가량 연착돼 오후 6시가 돼서야 도착했기 때문이다. 덩달아 심양행 비행기도 10시간 넘게 늦어져 승객 절반 이상이 항공기 탑승을 취소했고 오후 9시 26분이 돼서야 대구공항을 이륙했다.

심양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김모(65) 씨 일행은 "사흘 정도 중국 여행을 하려 했는데 밤늦게 비행기를 타게 돼 하루를 그냥 날려버렸다"고 언성을 높였다. 심양-연길-백두산 코스로 3박 4일 단체여행객을 모집한 B여행사 또한 피해를 입었다. 단체여행객 79명 모두 여행을 취소하고 환불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B여행사 관계자는 "금전적 손해는 차치하고 고객들의 불만을 달래느라 정신이 없다"며 "기분 좋게 떠나야 하는 여행이 오히려 화만 부추긴 꼴이 됐다"고 씁쓸해 했다.

중국남방항공 대구지점은 문제의 항공편은 청도를 거쳐 심양에 오는 항공기를 이용해야 했는데 청도에서 발생한 안개 때문에 연착됐다고 밝혔다. 대구지점 관계자는 "연착 원인은 날씨에 있지만 미리 다른 항공기를 준비해두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심양에서 비행기를 탄 승객 전원에게 300위안(5만2천원)씩 보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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