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65주년 광복절. 올해 광복절은 여느 해보다 의미가 깊고 각별하다. 일제에 나라를 잃은 경술년 국치(國恥) 100년을 같이 맞기 때문이다. 꼭 100년 전인 1910년 8월 29일, 그날에 한민족은 나라를 잃는 슬픔과 아픔을 당했다. 일제의 무력 침략에 의해 주권을 빼앗기고 식민지로 전락한 것이다. 나라를 잃은 아픔과 나라를 되찾은 기쁨이 교차하는 8월, 우리는 무엇을 되새기고 깨달아야 할까? 독립운동의 성지(聖地)로 꼽히는 안동에서는 이달 들어 선열들의 항일독립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안동을 통해 우리는 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마음에 새기는 것은 물론 나아갈 좌표도 찾을 수 있다.
◆안동, 왜 독립운동의 성지인가.
안동인들은 우리나라 최초 의병운동에서부터 광복에 이르기까지 50여년 동안 줄곧 한국 독립운동사에 분명한 족적을 남겼다. 안동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했다. 전국 각 시·군의 평균 독립유공자는 30여 명인데 안동은 그보다 10배나 많은 310여 명이나 된다. 지금도 확인 중인 미포상(未褒賞) 독립운동가가 700여 명에 달해 독립운동에 헌신한 안동사람이 1천명을 훌쩍 넘는다.
또한 안동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순국자를 배출했다. 외세의 침탈과 경술년 국권상실로 전국에서 70명이 목숨을 끊었는데 이 가운데 10명이 안동사람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옳지 않은 것에 타협않는 절개와 의리를 보여 항일투쟁의 정신적 사표(師表)가 된 것이다.
안동사람들은 갑오의병에서부터 계몽운동, 의열투쟁, 3·1운동, 농민운동과 사회운동, 학생운동과 대중투쟁, 만주와 중국 관내 지역을 비롯한 해외 독립운동 등 다양하고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김희곤 안동독립운동기념관장은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선생을 비롯해 김동삼(국민대표회의 의장) 등 안동사람들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분야별로 대표적 역할을 했다"고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한 독립운동
안동인들이 펼친 독립운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이라 할만하다. 종가가 훼손되는 고통 속에서 진행된 의병, 기득권을 포기하고 떠난 만주지역 독립운동, 소작인들을 위해 지주들이 앞장선 풍산소작인회 활동 등 하나같이 가지고 배운자들이 역사적 의무를 다하려 노력했다. 안동인들의 독립운동에는 임금과 나라에 대한 '충'과 '의', 유교적 삶을 살아오던 선비들의 '애국충절'이 서려 있다.
이 같은 안동인들의 독립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움직임도 최근 활발하다.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유적해설사 양성, 청소년 보훈캠프 운영, 학술총서 발간, 나라사랑 자원봉사단 활동, 청소년 나라사랑 그림그리기·글짓기 대회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오고 있는 것.
안동시도 독립운동 유적지 정비, 독립운동가 생가복원 및 공원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동청년유도회와 안동향교 등 지역 단체들도 안동의 근현대 인물 추모 강연회 등 독립 정신을 잇기 위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밖에 후손들의 선조들에 대한 얼 바로 세우기 등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주인없이 떠돌던 임청각을 석주 이상룡 선생의 증손자인 이항증(71) 씨의 노력으로 100여년 만에 종중의 품으로 되돌려 놓았다. 24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풍산 김씨 집성촌인 안동 풍산읍 오미리(일명 고택마을)에는 '광복운동기념공원'이 조성됐다.
◆향산 이만도 선생 추모 사업도 활발
"을미년 국모 시해 사건에 한차례 죽지 못했고, 을사늑약 때 두 번째로 죽지 못했다. 산으로 들어가 구차스럽게 생명을 연장했던 것은 오히려 기다림이 있어서였다. 이제는 희망이 끊어졌다. 죽지 않고서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로 나라 잃은 설움과 울분을 참지못해 음식을 끊고 단식에 들어간 지 24일 만인 1910년 10월 10일 순국한 향산 이만도 선생. 죽음에 이르는 24일을 기록한 '청구일기'(靑丘日記)에서 죽음을 택해야 했던 처절함을 이렇게 적었다. 향산 선생은 1895년 단발령에 항거, 의병을 일으켰고 1910년 한일합방 소식을 듣고 조상의 묘소에서 통곡하며 24일간 일체의 음식을 먹지 않고 지내다가 69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매일신문사는 안동독립운동기념사업회, 안동독립운동기념관과 함께 나라잃은 100년의 아픔을 되새기고 국치의 울분을 죽음으로 보여준 향산 이만도 선생의 자정순국 100년을 기리는 다양한 추모사업을 마련한다. 이달 말부터 모두 6회에 걸쳐 안동인들의 독립운동과 자정순국을 내용으로 한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또 향산 선생 100주기를 맞아 오는 10월 8일에는 추모기념식이 열리고 안동지역 자정 순국자의 삶과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인형극 공연', 시민과 함께하는 '자정 순국 기획전', 자정 순국 100주년 학술대회, 자정 순국 인물총서 발간 등 사업과 행사를 마련한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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