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셋째 출산 예정인데, 혹시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공무원 임정숙(가명·36) 씨는 최근 셋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3살, 6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어 셋째 아이 육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임 씨는 혹시나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나 해서 대구시에 전화해 문의했다. 대구시에서는 "컬러풀 어린이 안심보험과 출산 축하금 50만원, 11개월 동안 육아비 20만원을 지원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임 씨는 "보험 이외에는 별달리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나라 전체가 저출산 문제로 떠들고 있지만 한 달 20만원은 분유값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이라면서 "그것도 1년밖에 지원이 안 된다니, 아직까지는 국가를 믿고 출산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씨의 말대로 정부 및 지자체의 출산지원정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데에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고 있다. 정부 및 지자체의 저출산 대책에 대해 싸늘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늬만 출산 지원 정책
대구시가 내놓은 올해 저출산 분야 정책을 살펴보면 출산 축하금 지원, 셋째 자녀 이상 양육특별지원, 셋째 자녀 이상 보육료 지원, 컬러풀 어린이 안심보험 지원, 불임부부 시험관·인공수정 시술비 지원 등이 있다.
대구시의 출산 축하금은 둘째 아이 이상 출산했을 때 주어지며 금액은 둘째 자녀 20만원, 셋째 이상 출산 시 50만원이다. 이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그나마 대구 중구는 둘째 50만원, 셋째 이상 1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2009년부터 시행된 '컬러풀 어린이 안심보험'은 엄마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는 둘째 이상 자녀에 대해 월 2만원, 5년납 10년 보장 보험을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예산 문제로 당장 내년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 외에는 '도전 임산부 골든벨' '결혼과 출산에 관한 UCC 및 글짓기 공모전' '태교 음악회' '건강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 등 일회적이고 단편적인 행사뿐이다.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원 이미원 수석연구원은 "대구에는 장기적인 출산지원 정책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려면 성 평등 관점에서 양성평등한 환경을 조성하고 출산과 양육 지원에 대한 구조적인 분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통합적인 여성정책이 없다
대구시는 아직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여성 정책이 없다. 2006년 조직개편으로 보육 및 저출산 업무가 여성정책과에서 분리돼 저출산고령사회과로 넘어가게 됐다. 출산 및 보육 관련 정책을 심도 있게 다루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는 통합조정기능을 상실하고 업무가 오히려 단편적으로 이뤄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반면 서울은 '여성이 행복한 서울 만들기 프로젝트'를 2007년부터 진행, 출산 및 보육지원뿐만 아니라 교통, 문화, 건축 등 생활 전반에 대해 정책기획, 입안단계부터 여성의 경험과 시각을 반영하는 여성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4천여 명의 여성 전문가 및 정책 프로슈머, 포럼단이 정책을 지원하고 있으며 서울시 전 부서가 사업시행에 있어 우선적으로 이를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지난해 말 '경북여성 비전 프로젝트' 보고서를 펴냈다. 전분야에 걸쳐 여성친화적 도시를 만들기 위한 경북도의 7개 전략, 21개 플랜, 100대 주요사업을 제안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일선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여성친화적인 도시가 되어야 출산율이 높아지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된다는 개념으로 다방면에 걸쳐 주요 사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대구의 여성 정책에 관해 대구시 관계자는 "출산 지원이나 여성 관련 정책은 워낙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대구의 여성정책은 현재 정책개발 용역을 의뢰한 상태로 올해 말쯤 종합적인 정책의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친화도시 조성 필요
대구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출산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타시도의 예를 살펴 보면 경북 군위군의 경우 출생 시 출산 장려금 50만원, 첫돌 50만원, 초등학교 입학 60만원, 중학교 입학 및 3학년 때 50만원, 고등학교 입학 시 100만원 등으로 나눠서 지급하고 있다.
전남 강진군은 적극적인 출산장려정책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강진군은 최근 산부인과 유치에 나섰다. 산부인과가 대도시에 몰려 있어 임산부들이 겪는 불편 때문이다. 실질적인 출산지원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다. 여러 가지 정책 덕분에 강진군은 실제로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친화적인 도시 전략은 출산율은 물론이고 새로운 인구 유입에도 중요하다. 2009년 여성가족부에서 내놓은 보고서 '여성친화도시 조성기준 및 발전방향'에 따르면 대구 혁신도시 건설 사업에 대한 성별영향평가에서 여성친화적인 접근이 없이는 혁신도시 건설 사업의 목적이 실현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대구 혁신도시 건설 사업에 대한 성별영향평가를 위해 실시한 이주 공공기관 직원 및 가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여성 및 가족친화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이주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계명대 여성학과 강세영 교수는 "지금은 저출산정책조차도 단기 실적 위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저출산 문제는 사회 전체가 가족과 사적 영역을 중시하게 되면 자연히 인간에 대한 배려로 이어져 저절로 해결될 문제인 만큼 가족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정책에 반영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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