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엔화 선호 현상이 강해진 탓이다. 엔화값이 오르면 IT나 자동차 등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 개선과 주가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의 엔고 현상의 배경에는 미국의 경기 침체가 자리잡고 있어 국내 기업의 반사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1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한때 달러 당 84엔대 후반까지 오르는 등 강세를 지속했다. 11일에는 엔화값이 달러 당 84.70엔까지 치솟는 등 1995년 7월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달러 당 80엔대 붕괴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엔화 강세는 금융위기 이후 한 때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현상을 보였던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안전자산 선호 쪽으로 돌아섰다는 증거다. 특히 미국의 경기 침체가 가시화됐고 중국도 거품 억제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은 영향이 크다.
그러나 전통적인 '엔고 효과'를 누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엔화 강세로 국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보다 환율 하락 등 경기둔화로 수요가 감소하는 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 김성노 연구원은 "지난 1년 이상 엔화값이 같은 수준으로 유지됐기 때문에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많은 한국기업의 주가에는 이미 엔고 효과가 반영돼 있다"며 "흔히 IT 기업들이 혜택을 본다고 하지만 국내 IT 기업 수준이 일본기업들과는 굉장히 격차를 벌리며 앞서고 있기 때문에 경쟁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엔고 현상에 따른 일본관광객 증가로 일부 내수 소비주는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싼 엔화값이 일본 관광객의 국내유입을 촉진하고, 국내에서 더 많은 소비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 솔로몬투자증권 강현기 연구원은 "단기적인 엔고 강세 지속 모멘텀과 국내 민간소비 확대가 맞물리면서 하반기에 특히 백화점 업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엔고 효과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채희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수요가 얼마나 빠지느냐가 관건이긴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 오히려 현대차가 미국에서 선전한 것처럼,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해외시장에서 국산차 선호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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