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낮 최고기온이 35℃를 넘나드는 불볕 더위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매장은 가을색으로 물들고 있다. 대구백화점에서는 지난 주부터 일부 가을 신상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 역시 가을 옷들을 속속 선보이기 시작한 것. 현재 각 브랜드마다 20~30% 정도를 가을 상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를 고비로 본격적으로 가을 상품들이 매장을 채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여름 속 가을빛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백화점은 벌써 가을 여심 유혹에 나섰다. 올해는 특히 9월 초순까지 더위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도 아랑곳없이 서둘러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것.
백화점을 찾은 김나연(34·여) 씨는 "워낙 바깥 날씨가 덥다보니 아직은 반팔 옷에만 눈길이 간다"며 "백화점에 걸린 긴팔 옷들만 봐도 더운 느낌이 드는데 왜 백화점은 이렇게 일찍 가을준비를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여기에는 백화점들의 말 못할 속사정이 숨어있다. 한여름 비수기를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평소 매출을 회복하고 싶어하는 백화점의 고육지책인 것.
통상 여름의류는 가을상품에 비해 판매단가가 낮다. 옷의 두께가 얇고, 길이도 짧은 만큼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옷을 껴 입는 가짓수도 줄어들어 소비자들이 의류 구매에 사용하는 비용이 줄어든다. 소재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비싼 퍼(fur) 제품보다는 면 등이 주로 사용돼 단가가 낮다.
또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백화점 매장을 찾는 고객마저 줄어 백화점으로서는 빨리 여름 시즌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수밖에 없다.
각 백화점 의류매장에서는 여름 휴가가 한창인 지난 주부터 하나 둘씩 가을 신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으며 휴가가 끝나는 이번 주를 고비로 본격적인 가을 신상품들을 대거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현재 백화점 업계에서는 가을 개편에 한창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들을 들여와 다른 매장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 백화점 관계자는 "가을 개편은 백화점 영업의 핵심인 의류 매출이 늘어나는 가을·겨울시즌을 대비하는 일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가을 개편이 하반기 영업실적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안간힘을 써봐도 역시 여름은 비수기
사실 여름 휴가철은 백화점 업계에서는 연중 최악의 비수기다. 국내외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도심이 텅텅 비어버리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난스러운 더위로 인해 냉방용품 판매가 증가, 매출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해줬지만 그래도 8월은 연중 매출이 가장 낮은 달로 꼽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1년 매출 중 8월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6% 수준에 불과해 월 평균(8.33%)를 훨씬 밑돈다"고 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면세점을 통해 화장품과 의류, 핸드백 등의 고가 제품을 구매하거나, 뜨거운 열기를 피해 집에서 홈쇼핑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것도 백화점 매출이 줄어드는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백화점 업계에서는 한여름 비수기를 극복하기 위한 갖가지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뚝 떨어진 매출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가족단위 뮤지컬 공연이나 전시 등을 기획하거나, 바캉스 용품전 등 여름용품 특집전을 벌여보지만 휴가를 떠나는 시민들의 발길까지 붙들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
심지어 아예 한겨울 아이템을 싼 값에 내놓는 이열치열(?) 작전까지 등장하고 있다. 올여름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라푸마 등 아웃도어 업체들은 올가을·겨울 신제품으로 판매될 다운 점퍼를 미리 내놓고 판매 경쟁을 벌였다. 다운제품은 20만원이 넘는 고가여서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매출 효자 아이템으로 꼽힌다.
◆올가을은 유행은?
올가을에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미니멀리즘'(mnimalism)이 강조되는 옷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간결한 라인과 클래식한 테일러드 아이템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고되고 있는 것.
색상은 지난 시즌에 이어 블랙과 그레이, 브라운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또 팝 아트의 인공적인 포인트 컬러와 그래픽 프린트 등의 기하학적인 프린트 의상이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여성스러운 '밀리터리룩'도 올가을 트렌드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초 군복에서 영감을 얻은 옷들을 여성들이 입을 수 있게 재탄생 된 것. 비행기 조종사들이 입었음직한 가죽 코트나 양피 재킷이 여성스럽고 가볍게 변신했다. 쉬폰, 새틴, 울, 캐시미어 등 부드러운 소재의 견장 달린 밀리터리 재킷이 대표적이다.
우아한 도시 여성을 위한 정장 라인에서도 밀리터리가 접목되면서 더욱 실용적이면서 시크한 스타일이 강조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김영범 여성팀장은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즐기는 이맘 때가 가을 상품으로 매장에 변화를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올해는 예년에 비해 다양한 칼라와 독특한 디자인의 의류들이 대거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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