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으로 건강을 지킨다"
나는 대형트럭을 몰고 대구에서 수도권을 주중 5일간 왕복하는 강행군을 5년 동안 계속해 왔다. 하루 운전거리 평균 750㎞, 운전시간만 열서너 시간이었다. 짐을 싣고 내리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잠자는 시간은 고작 5시간, 그것도 이어 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쪽잠이다. 짬짬이 2시간 1시간 2시간 이런 식이었다.
트럭 안에서 자투리 잠을 5시간 남짓 자고 그런 강행군을 견딜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죽으려고 환장을 했느냐고 했다. 그만큼 해내기 힘든 일이라는 표현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 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의 상황이 워낙 절박했기 때문이다. 이미 배수의 진을 치고 뛰어든 일, 그보다 더한 무슨 일이더라도 했을 것이다. 마음이 가면 몸은 따라오게 된다는 사실, 그때 제대로 알았다. 덕분에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운수업을 빠른 시일 내 궤도 위에 올릴 수 있었다.
가장 참기 힘든 것은 부족한 잠이었다. 평균 수면시간이 다섯 시간이란 이야기지 어떨 땐 4시간도 못 잘 때도 있었다. 잠이 절대적으로 모자랄 땐 짬짬이 10분 20분씩이라도 보충해 주었다. 10분씩 두어 번만 자 줘도 1시간 모자라는 정도는 보충이 된다. 잠은 리필은 잘 되지만 미리 많이 자두는 것은 별로 소용이 없다. 축적이 된다면 좋을 텐데. 이제 잠에는 어느 정도 전문가가 되었다고 생각할 정도다. 지난 몇 년간 내게 잠은 화두였고 연구 대상이고 전략이었다. 잠을 극복할 수 있어야만 어렵게 확보한 일자리도 유지할 수 있고 당시 내겐 과분하다 할 만큼의 수입도 담보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잠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나는 우리 인체에 잠이 얼마나 소중한지, 필요한지, 유익한지를 온몸으로 체험하였다. 5일간 강행군을 하고 파김치가 되어 토요일 아침 집에 돌아오면 나는 잠을 최우선시하여 만사를 제쳐 놓고 죽은 듯 깊은 잠에 빠져들곤 했다.
동료 기사 중에는 운동 부족이라며, 종일 앉아 운전만 했으니 하체가 부실해졌다며 피곤한 몸을 끌고 산악회에 가입을 하고 산에 오르는 등 운동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나는 운동보다는 잠에 무게를 두었다. 운동은 어쩌다 일요일 오후 수성못 한 바퀴 걷는 게 고작이었다.
지난 5년간 그 흔한 비타민제나 보약을 먹지 않고도 무난히 그 힘든 일을 해내었던 것을 보면 아무래도 피로를 제대로 풀어가며 일을 했던 것이 효과가 있지 않았나싶다. 여러 사람이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한다고 한다. 그래서 산에 오르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를 한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운동을 무작정 맹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피로한 몸으로 '운동은 곧 건강이다!' 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 보면 몸에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을 터이니 말이다. 지친 사람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모처럼의 휴일, 달콤한 늦잠이나 낮잠이야말로 더없이 좋은 보약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 경험으론 그렇다.
장삼철(51·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운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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