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개방형 공무원 선발, 철저한 준비 필요하다

내년부터 행정고시라는 명칭이 사라지고 5급 신규 채용의 30%는 전문가 채용을 통해 뽑는 등 공무원 선발 방식이 60년 만에 바뀌게 된다. 전문가 채용 규모도 2015년까지는 공채와 절반씩 맞추도록 했다. 7급 선발도 지역 인재 추천 채용을 확충, 공채와 같은 규모로 늘리고 9급 채용에도 지역인재 추천 방식의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공무원 채용 제도 선진화 방안은 공직 사회의 개방이라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행정고시를 통한 공채 방식은 산업화 초기 공직 사회에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통로로 작용하며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에도 불구, 적잖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고위 공직을 고시 출신들이 독차지하면서 공직 사회에 연공서열 풍토를 조성해 왔다는 비판은 대표적이다. 전문성과 참신한 아이디어 없이도 한 번 시험에 붙었다는 이유로 일정 자리까지 보장받는 데서 비롯된 무사안일의 풍토가 공직 사회에 눈치 보기의 폐해를 불렀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민간 사회보다 전문성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필기시험 위주로 뽑던 과정을 외부 전문가에게 개방하겠다는 개방형 제도는 공직 사회에 무한경쟁과 활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다양한 채용 경로가 상호 경쟁을 활성화시킬 것은 분명하다. 전문 지식과 경험을 쌓은 인재들에게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국가 경쟁력 향상도 기대된다.

그러나 개방형 공직 선발 제도의 정착에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잖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발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능력 있고 소신 있는 면접관이 필요하다. 또 선발 과정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해 온 개방형 직위 공모 결과 공무원이 임용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은 민간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갑작스런 발표로 혼란을 겪게 될 고시 준비생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사전 예고 없이 이뤄진 발표로 '정권이 바뀌면 또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고 한다.

전문가 채용 등 공직의 개방은 세계적 추세다. 우리 공무원 제도의 모델이 된 일본도 내년부터 민간 기업이나 대학원 수료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사회적 쿼터제인 간부급 국가공무원 채용 시험을 도입하기로 했다. 전 세계가 공무원의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개방형 선발 제도의 안착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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