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형기를 다 채우고 출소하면 사랑하는 애인 경순(송윤아)과 결혼할 수 있다는 기대로 마음이 부푼 재필(설경구). 어느 날 면회 온 애인으로부터 '결혼한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고는 마음을 돌리기 위해 탈옥을 결심한다.
빵 한 조각 훔쳐 먹은 죄밖에 없는데 신원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투옥, 억울함에 치를 떨며 탈옥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해 형량이 늘어난 무석(차승원). 드디어 숟가락 하나로 땅굴 파기에 성공, 둘은 교도소 밖으로 달아난다. 그런데 아뿔싸! 탈옥에 성공한 다음 날 아침 펼쳐든 신문에 자신들이 광복절 특사에 포함된 것이 아닌가. 다시금 교도소로 들어가기 위해 갖은 노력을 벌이는 그들. 2002년 상영된 김상진 감독의 코믹액션영화 '광복절 특사'의 줄거리이다.
주로 특사(特赦)로 불리는 특별사면(特別赦免)은 특정 범죄인에 대하여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대통령의 조치이다. 범죄의 종류를 지정하여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에 대한 형 선고의 효과를 전부 소멸시키거나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일반사면과는 다르다.
이명박 정부가 8'15 특별사면을 실시했다. 서청원 전 친박연대(현 미래희망연대) 대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정치인과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 등 경제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사면은 사회적 갈등과 긴장 완화를 위해 필요한 수단이긴 하지만 사법부의 판단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들은 사면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영삼(9회)'김대중(8회)'노무현(8회) 정부에 이어 임기 2년 반 정도를 남긴 이명박 정부도 이번 특사를 포함하면 5회에 달하는 사면을 실시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중 발생한 비리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광복절 특사를 보면 그 원칙이 허물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영화 광복절 특사에서의 재필과 무석이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유야 어찌 됐든 외형적으로 모범적인 교도소 생활 때문이다. 이를 나무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번 광복절 특사는 정치적 흥정의 냄새가 짙어 씁쓸함을 남긴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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