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도서 3년째 사는 '청도사람' 전유성

'개나 소나 콘서트' "부정적인 동물들 이미지 양지로 끄집어 내고

개그맨 전유성 씨는 2007년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청도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는 뜻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 극단을 만들어 후진을 양성하고 있으며 이달 8일에는
개그맨 전유성 씨는 2007년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청도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는 뜻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 극단을 만들어 후진을 양성하고 있으며 이달 8일에는'개나 소나 콘서트'도 개최했다.

개그맨 전유성(61) 씨가 방송 활동을 접고 경북 청도에 터를 잡은 지 벌써 3년이 됐다. 2007년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누리기 위해 청도에 내려왔지만 그는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다. 극단을 만들어 개그맨을 육성하고 있으며 이달 8일에는 '개나 소나 콘서트'도 개최했다. 한달에 25일 정도 청도에 머물러 있으니 이제 청도사람 다 됐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그를 만나 근황을 들었다.

인터뷰를 위해 그가 운영하는 카페로 길을 잡았다. 오후 2시쯤 팔조령 넘어 청도 칠곡초교 맞은편에 위치한 카페(니·가·쏘·다·쩨)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카페에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휴가철을 이용해 찾아온 사람들이 계속 몰려드는 바람에 인터뷰 장소를 청도 야외음악당으로 옮겨야 했다.

청도 야외음악당은 '개나 소나 콘서트'가 열린 장소다. 콘서트 이름에 '개나 소나'를 붙인 이유를 물었더니 고정관념을 깨는 전유성 씨 특유의 대답이 돌아왔다. "개나 소나는 평상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죠. 개를 비롯해 동물에 대한 이미지를 음지에서 양지로 끄집어 내고 싶었습니다."

'개나 소나 콘서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첫 행사를 준비하면서 성공하면 이듬해 또 한다고 했는데 4천100여 명이 몰리는 바람에 올해 다시 열게 됐다고 했다. 올해는 대박이 났다. 무려 7천여 명의 관객들이 찾아온 것. 그는 "올해 대박이 났으니 내년부터는 매년 개최할 생각이다. 남원의 춘향제처럼 청도를 대표하는 행사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상식을 깨는 것이 아니라 상식대로 한다

전 씨의 휴대전화 컬러링에는 개소리가 들린다. 바로 '개나 소나 콘서트' 주제 음악이다. 올 행사를 앞두고 본인이 직접 가사를 쓴 뒤 작곡가에게 의뢰해 만든 것이다. 전 씨는 '개나 소나 콘서트'뿐 아니라 '얌모얌모 콘서트' '듣도 보도 못한 콘서트' 등 많은 콘서트를 열고 있다. 하나 같이 상식을 깨는 것들이다. '얌모얌모 콘서트'는 아이들이 마음껏 떠들 수 있는 클래식 공연이다. '듣도 보도 못한 콘서트'에서는 관객이 공연 도중 소리를 지르고 마음껏 웃을 수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 뱅크로 알려진 그의 명성에 걸맞다.

하지만 전 씨는 상식을 깨는 콘서트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식에 맞게 콘서트를 연출했다고 한다. "두 시간 동안 음악을 들으면서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어린 아이의 경우 엄마 뱃속에 있을 때는 태교라는 명목으로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태어나면 라이브로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이 오히려 상식을 깨는 것이지요. 상식대로 하면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졸기도 하고 아이들이 공연장을 마음껏 들락거릴 수도 있어야 합니다. 상식 없는 콘서트가 많아 상식에 충실한 콘서트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또 그는 "클래식은 재미 없고 관객이 오지 않는 공연의 대명사처럼 돼 있다. 나는 순수예술 공연이든 대중예술 공연이든 관객들이 많이 오고 왁자지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 없는 공연은 의미가 없다. 같은 클래식 공연이라도 방향만 달리 하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관객들이 시끄럽게 하면 연주에 방해를 받는다고 하는데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그것 때문에 연주를 못한다면 프로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 씨는 지금 상식에 맞는 공연을 하나 더 구상 중이다. 바로 잠자는 콘서트다. 관객들은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음악을 듣다 잠이 오면 잘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다음에 선보일 공연 콘셉트라고 했다.

◆성공하는 공연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전 씨가 기획하고 연출한 콘서트는 모두 대성공을 거두었다. '개나 소나 콘서트'의 경우 여행상품 패키지까지 등장한 상태다. 콘서트가 여행상품이 된 것은 세계 여행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달 8일 열린 '개나 소나 콘서트'에는 관광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몰려든 관람객들로 넘쳐났다.

성공 비결에 대해 그는 "내용이 좋아도 관객들이 오지 않는 공연이 있다. 관객들을 한데 묶어주는 테마가 없기 때문이다. 학연·지연이 지배하던 시대는 갔다. 지금은 동호회 시대다. 전국에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동호회가 수없이 많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엮어낼 수 있는 공통분모만 있으면 공연은 성공한다. 개나 소나 콘서트의 공통분모는 애완견이다. 얌모얌모 콘서트는 어린 자식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부모들의 심정을 공통분모로 이끌어 낸 것이다"고 말했다.

◆개그는 이제 안 해

지금은 공연 연출가로 더 많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전유성'이라는 이름 석 자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것은 개그였다. '개그계의 대부' '역발상의 귀재' '아이디어 뱅크' 등 많은 수식어가 그에게 붙어다니는 이유다. '한 박자 느리지만 돌아서면 웃게 만드는 것'이 전유성 개그의 특징이다. 방송 활동이 뜸해지면서 그의 개그를 볼 기회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팬들은 많다.

다시 개그를 할 생각은 없을까. 그는 "처음 개그를 시작할 때 감이 떨어지면 방송을 그만둬야 겠다고 결심했다. 몇 년 전 방송을 접고 청도에 내려온 것도 그 때문이다. 요즘 후배들 보면 겁 난다. 아이디어도 톡톡 튀고 노래, 춤까지 겸비한 경우도 많다. 그런 후배들에게 나는 상대가 안 된다. 앞으로 방송 무대에 서서 개그를 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방송계를 은퇴했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했다. 개그를 하지 않을 뿐 방송에는 가끔 출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개나 소나 콘서트'를 앞두고는 홍보를 위해 20여 곳의 방송에 출연했다고 한다.

◆개그맨 육성

개그를 하지 않는 대신 그가 선택한 길은 후배 양성이다. 전 씨는 올해 3월 '전유성의 코미디 시장'이라는 극단을 청도에 만들었다. 현재 단원은 40명. 단원을 모집할 때 오디션을 보거나 까다로운 자격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 선착순으로 개그를 하고 싶은 열정을 가진 사람을 뽑았다. 유일하게 고려한 것은 경상도 출신이냐는 것이었다. 청도에 있으니 지역 사람들에게 기회를 먼저 주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서였다. 전 씨가 극단을 만들어 인재를 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 서울에서 극단을 만들어 100명을 배출한 적이 있다.

그는 "장소가 서울에서 청도로 바뀌었을 뿐 옛날에 했던 일을 다시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개그맨을 육성하는 건 선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주말은 단원들과 함께 보내며 개그 실습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계획

전 씨는 그동안 책도 여러 권 펴냈다. 1990년대에 출간한 '컴퓨터, 1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는 100만 권 이상 팔릴 정도로 히트를 쳤다. 특히 그는 4월 대구에서 열린 3D 안경 시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내 3D 관련 책을 집필 중이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 그는 글 쓰는 일은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자주 할 수 없지만 잡담에 대한 책을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술자리나 사석에서 오가는 재미 있는 이야기, 발상은 좋은데 논리적 전개가 부족해 주목받지 못한 아이디어 등을 모아 책으로 내고 싶어요. 지금 자료를 모으고 있는 중인데 완성은 언제 될지 모르겠네요."

또 그는 "원래 청도에 내려올 때는 이렇게 살려고 하지 않았다. 여행을 다니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금 벌려 놓은 일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일을 잘 수습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다"고 설명했다.

◆못다 나눈 이야기

전 씨는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했다.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생각되는 질문에는 노코멘트로 일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인터뷰를 시작했을 정도다. 인터뷰를 앞두고 기자는 그에 대한 기사나 책,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많이 모았다. 이 가운데 독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질문을 정리했다. 그렇게 준비한 질문이 A4지 한 장을 넘었다. 하지만 인터뷰 과정에서는 절반 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그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질문은 결혼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동안 악성 루머에 많이 시달린 까닭에 결혼 이야기는 철저하게 노코멘트였다. 기자는 과거와 많이 달라진 현재의 결혼관을 두고 시대를 앞서간 결혼을 한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현재 삶의 터전인 청도에 대한 생각도 많이 듣지 못했다. 청도가 그에게 어떤 곳인지에 대해 물었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 이야기하자"는 대답만 들었다. 단지 그는 방송을 접고 연고도 없는 청도에 정착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묻는 질문 중 하나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다. 우연히 청도를 지나가는데 폐 교회가 있어 리모델링하고 카페를 열면서 청도에 둥지를 틀었다. 좁은 대한민국 안에서 연고 따지며 살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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