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관급 때와 달리 'TK두각'…李대통령 차관급 인사

13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 대구경북 출신은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앞선 장관급 인사에서 수도권(5명)은 물론 부산·경남, 충청, 호남(이상 각 3명)보다 더 적은 단 2명(이재오 특임·이주호 교육)의 장관을 배출했지만 차관급에는 6명이 새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6명 가운데 4명이 승진 기용돼 더욱 눈길을 끈다. 류성걸(53) 기획재정부 제2차관, 안양호(53) 행정안전부 제2차관, 김희국(52) 국토해양부 제2차관, 최원영(52) 보건복지부 차관이다. 김재수(53)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박영준(50) 지식경제부 제2차관도 같은 차관급 이동이지만 영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 가운데 김재수·류성걸·김희국 차관은 경북고-경북대 동문이다. 대건고 출신인 최원영 차관도 경북대를 나왔다. 대구 오성고와 서울 중앙고를 졸업한 박영준 차관과 안양호 차관은 함께 고려대 출신이다. 정치인 출신인 박 차관을 제외하면 모두 행정고시 출신으로 김재수 차관이 21회로 가장 선배이고, 안양호(22회)-류성걸(23회)-최원영·김희국(24회) 순이다. 지역 출신 한 정부 관계자는 "기획력과 현장감각을 두루 갖춘 적임자들로 지난 정부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가 뒤늦게 빛을 본 케이스"라면서도 "강병규 행안부 제2차관, 권도엽 국토부 제1차관, 유영학 복지부 차관, 변무근 방위사업청장이 물러난 점을 고려하면 수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의 원칙으로 업무연속성과 소통 강화를 꼽았다. 1급인 실장들을 내부 승진시킴으로써 업무연속성을 확보하고, 정치인 장관 아래 공무원 차관을 배치함으로써 조직 내외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는 포석이다. 능력을 우선하는 MB식 파격 인사도 나타났다. 부산교육감을 3번이나 지낸 설동근 전 교육감이 교육부 차관에 내정됐고, 본부 차관이던 국방부 장수만·농림부 민승규 씨를 외청으로 이동시켰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집권 하반기를 맞아 친정체제를 강화, 국정장악력도 높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영포 라인' 논란에 휩싸였던 박영준 내정자에 대한 신뢰를 재차 보여준 대목이 가장 두드러진다.

박 내정자를 민간인 불법사찰 배후로 몰아세웠던 야당과 한나라당 수도권 친이계는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은 "박 차장에게 검찰 수사의 피난처를 제공하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 인사"라고 했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온갖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또다시 중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내정자는 인사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오해는 시간이 가면 밝혀질 것으로 본다"며 "제가 여러 가지로 부족해서 그런 것 같은데 좀 더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또 자신의 중용과 관련,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지역에서 자원외교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