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하루 종일 앉아서 일을 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이다. 아침에는 자가용을 이용해 출근을 하며 주차장에서 사무실까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건강관리를 위해 주 3회 스포츠센터에서 꼭 운동을 한다.
개원의사인 B씨는 자가용 대신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의원이 있는 11층까지 오르내릴 때도 항상 계단을 이용한다. 평소 신체활동을 많이 할 뿐 건강을 위해 별도의 운동은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특별한 질환이 없고, 같은 수명을 유전적으로 타고났다고 가정한다면 A씨와 B씨 가운데 누가 더 오래 살까? 정답은 B씨다. 하루 중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생명은 더 짧아지기 때문이다.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은 당뇨나 고혈압, 비만, 심장병에 훨씬 더 잘 걸리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래 앉아 있는 그 자체가 어떻게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지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난달 '미국 전염병학회지'에 발표된 연구결과는 오래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수명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준다.
연구진은 미국암협회의 '암 예방 프로젝터'에 참여한 미국의 건강한 성인 남녀 12만여 명을 대상으로 1993년부터 2006년까지 14년간을 추적 조사했다. 하루 3시간 미만을 앉아서 보내는 집단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하루 6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여성이 죽을 위험은 37% 증가했다. 남성의 경우 17% 높았다. 이것은 비만의 척도인 체질량지수(BMI), 흡연과 같은 건강위험요소들의 영향을 통제하고 순수한 좌업생활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한 것이다. 하루에 아주 작은 양의 운동도 앉아서 생활하는 것에 따르는 사망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오래 동안 앉아서 생활하면서 운동을 하지 않거나 신체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의 죽을 위험은 여성은 94%, 남성은 48% 더 높았다.
컴퓨터로 상징되는 자동화 사회에서 신체를 움직이지 않는 좌업생활자는 점점 늘고 있다. 신체를 움직이지 않는 생활습관의 위험을 경고하는 '비활동 생리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 좌업생활을 하면 신체의 근육, 특히 다리근육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지방산, 콜레스테롤 등에 영향을 주는 특정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거나 억제된다.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대부분인 경우 신체 어딘가에서 고장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악영향은 따로 시간을 내 운동을 한다고 해서 다 상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기적으로 하는 스포츠를 통한 운동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의 습관을 바꿈으로써 신체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출퇴근은 자가용 대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거나 근무시간 중간 중간 시간을 내 자세를 바꿔줘야 한다. 좌업 생활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근육을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이종균(운동사) meda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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