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가장 아름다운 치아

휴가철이 되자 병원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그동안 미뤄왔던 각종 진단을 받기 위해 학생들부터 직장인들까지 너도나도 병원을 찾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짧은 휴가동안 변신을 시도하려고 교정치료를 상담하기 위해 많이 찾아온다.

아마 김연아 선수의 교정치료 전후의 사진이 비교되면서 교정치료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탄 매스컴의 힘이 큰 것 같다. 물론 덕분에 교정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져서 의사된 입장에서 반갑다.

하지만 그렇다고 요즈음의 일이란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교정치료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은 많은데, 자신의 치아 상태와는 상관없이 특정한 모습의 성형적인 효과만을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치아라는 것이 올바르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위해 "음식 씹는 것은 상관없으니 보이는 치아만 가지런히 펴주세요"라는 식의 상담 아닌 강요를 하는 경우도 있어 곤욕을 치른다.

교정치료에 드는 비용이 가벼운 금액은 아닌데, 전에 비해 대중화되고 교정치료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나면서 도리어 치아의 기본적인 기능과 건강을 무시하기 쉬워진 것 같다. 굳이 본인들이 원하는데 안 해줄 필요까지 있을까라는 자기질문도 던져보지만 수긍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반대로 이런 경우도 있었다. 한 중년 어머니가 자신의 치아가 안 좋은 것이 늘 마음에 쓰여서 자녀들에게는 일찍부터 교정치료를 시키고 싶다며 병원에 오셨다. 자녀들의 교정치료가 끝날 무렵 이 어머니께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경우도 상담을 받을 수 있는지 여쭤보셨고 나도 흔쾌히 상담에 응했다. 진단한 결과, 치아의 배열이 좋지 않고, 치주염 때문에 치아가 많이 상해 있어서 먼저 치아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잇몸치료를 한 후 단계별로 접근하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가 아파 고민하고 있던 근본적인 문제도 해결하면서 치아도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전에 비해 훨씬 인상이 좋아지셨다. 처음에 병원을 찾았을 때만 해도 조심스럽게 입을 가리고 말씀하시던 분이 자신감 있게 웃는 모습을 봤을 때 의사로서 여간 뿌듯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정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로서 기왕이면 교정치료란 게 단순히 "예뻐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건강한 상태가 되어지는 것"이었으면 한다. 예뻐지고 싶어 하는 우리네 욕구란 건 당연한 권리이며 교정치료가 그것을 충족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더없는 뿌듯함을 느끼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치아란 바로 건강한 치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오늘도 해본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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