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대 '산격 캠퍼스' 과연 옮기나?

완전이전 비용 2,3조원…반대여론 만만찮아

경북대가 캠퍼스 재정비 추진에 나선 것은 주력 캠퍼스인 산격동 캠퍼스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학 발전을 위해 많은 시설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산격동 캠퍼스가 건물 증설이 불가능할 정도로 여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경북대가 보유한 토지는 국내 대학에서는 찾기 힘들 정도로 방대하다. 산격동 캠퍼스 76만㎡(23만평)와 동인동 의대 및 부속병원 8만2천㎡(2만5천평), 군위군 의대 농장 56만㎡(17만평), 상주대 캠퍼스 99만㎡(30만평), 칠곡 의료원 10만㎡(3만평) 등 1천157만㎡(350만평)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 활용 가능한 부지는 130만~150만㎡(40만~50만평) 안팎에 그치고 있다. 또 캠퍼스가 각 지역에 넓게 흩어져 있다 보니 부지 활용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경북대 관계자는 "소유 토지 중 개발이나 매각이 어려운 임야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임야는 예전에 산격동 캠퍼스 70만㎡를 매각하면서 대토로 받은 땅이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북대의 캠퍼스 재정비 작업은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제2캠퍼스 조성이나 산격동 캠퍼스 이전에 나설 경우 부지 매입과 시설물 건축 등에만 최소 4, 5년 이상 걸릴 전망이고 교육과학기술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이전 결정을 확정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경북대가 제2캠퍼스 조성이 아닌 완전 이전에 나선다면 필요 경비가 2조~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은 과제다.

또 메인 캠퍼스 이전에 나설 경우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산격동 캠퍼스가 입지적 장점이 뛰어난데다 6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어 시설 인프라 확충을 위한 외곽 이전이 학교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는 탓이다.

한편, 캠퍼스 이전이 추진될 경우 부속 기관의 '연쇄 이동'도 상당한 관심을 끌 전망이다. 산격동 캠퍼스 재활용 문제와 함께 의료전문대학원과 간호대학이 있는 동인동 캠퍼스는 물론 경북대 병원 이전 방안도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경북대 의료원 관계자는 "현재 병원 건물이 협소하지만 증축할 부지가 없어 이전 확장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칠곡에 조성 중인 제2의료원도 부지가 10만㎡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경북대는 칠곡 의료원 인근의 경북농업기술원(경북개발공사 소유) 부지 40만㎡ 추가 매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입 비용이 700억~800억원에 이르고, 경북 도청 이전 후 매입이 가능해 의료원 확장이 쉽지 않은 상태다.

또 대구시의 의료산업 육성에 따라 생명공학대학 신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또한 '부지 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다. 이에 따라 곳곳에 산재해 있는 부속 기관 부지를 매각해 산격동 캠퍼스로 이전하고 330만㎡(100만평) 정도의 대규모 캠퍼스를 조성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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