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움직임은 느렸지만 감동은 컸다…2010 스페셜올림픽

지적발달장애인 축제, 점수 나올때마다 박수

15일 영남대에서 열린 지적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인
15일 영남대에서 열린 지적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인 '2010 한국스페셜올림픽 전국하계대회' 200m 달리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빗속에 힘차게 달리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5일 오후 3시 영남대 야구장. 평소 보기 힘든 낯선 스포츠가 벌어지고 있었다. 가로 2m, 세로 15m 크기의 4개 공간위에서 볼링공 절반 정도 크기의 공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 경기는 지적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축제인 '2010 한국스페셜올림픽 전국하계대회' 종목 중 보체 경기였다.

보체는 '목표 공'을 하나 굴린 뒤 목표 공에 가장 가깝게 자기편의 공을 던지거나 굴리고, 상대편의 공은 목표 공에서 멀어지도록 밀어내 승부를 가리는 경기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공을 던지는 지적장애인 선수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성껏 공을 굴렸다.

대구장애인복지관의 이성민(19) 선수가 조심스레 흰색 목표 공 주변으로 주황색 공을 굴리자 관중석에서 보던 이들이 '더 세게! 더 강하게 던져!'를 외치며 응원했다.

경기진행 속도는 더뎠다. 선수들은 천천히 공을 던졌고, 심판도 그들의 속도에 맞춰 점수를 계산했다. 그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고 선수들을 재촉하지도 않았다. 선수들은 경기를 끝낸 뒤 박수를 받을 때마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희망재활원의 정금향(26·여) 선수는 "공을 던져서 다른 사람 공을 쳐내는 게 너무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경북 상주에서 선수 8명을 인솔해 참가한 이효정(37·여) 씨는 "스포츠를 통해 우리 학생들은 승리와 자신감이 무엇인지 배웠다"며 "게임의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참여의 기쁨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게 보체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영남대에서는 보체를 비롯해 축구, 배드민턴, 탁구 등 6개 종목이 진행됐다. 지적발달장애인들에게 성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대회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평소 다른 이들과의 접촉을 꺼리던 지적발달장애인들은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다른 이들과 잘 어울렸다. 특히 대만, 홍콩, 마카오에서 선수단 60여 명이 참가해 대회가 더 빛났다.

보체 종목 홍콩팀의 통 포(14) 선수는 "다른 운동은 연습할 때 힘들지만 보체는 가만히 서서 공만 던지면 되니까 더 좋다"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홍콩팀 펑 팍호(40) 감독은 "통 포 선수도 한 때 친구와도 말을 하지 않던 아이였지만 이젠 낯선 사람과도 잘 어울린다"며 "보체가 아이들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은 셈"이라고 전했다.

대회 자원봉사자들도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털어내는 계기가 됐다. 육군 제2작전사령부 소속으로 중국어 통역을 담당한 사병은 "이들이 나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3일 동안 부대껴 보니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16일 오후 영남대 축구장에서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우기정 대회위원장은 "다들 '나는 승리합니다. 그러나 만약 이길 수 없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고 도전하겠습니다'는 스페셜올림픽 정신을 잊지 않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적발달장애를 가진 이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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