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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試 필기시험 폐지"…"전문가 기준이 뭔가" 정부 성토

경북대 행정고시원 백학제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둘러앉아 정부의 행정고시 선발 방식 변경 방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경북대 행정고시원 백학제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둘러앉아 정부의 행정고시 선발 방식 변경 방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5급 사무관을 외부에서 뽑는다는데 기준이 명확한 것도 아니고, 자기 사람 심기에 딱 좋은 제도 아닙니까."

13일 영남대 고시원 계림원에서 만난 주민우(30) 씨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그는 지난달 초 행정고시 2차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2007년 대학 졸업 후 기업체에서 1년간 일하다 2008년부터 행정고시에 매달린 주 씨는 "필기시험이 현실적으로 개인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객관적 수단인데 이를 없애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개방형이 추세라지만 전문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며 분개했다.

행정안전부가 12일 내년부터 5급 신규 공무원의 30%를 외부전문가 중에서 선발하고 2015년에는 절반까지 채우는 것을 골자로 한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을 내놓자 행시 준비생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행시 준비생들은 외부 전문가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있지만, 행정고시 채용 인원이 줄어드는 추세인데도 유예기간 없이 새 제도를 내년부터 당장 시행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발표 이튿날인 13일 경북대와 영남대에서 만난 행시 준비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정부의 방침을 성토했다.

경북대 행정고시반 백학제에서 공부하는 임모(26) 씨는 "새 공채 제도는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기업 출신 인사를 뽑겠다는 논리 같은데 경제논리로만 무장한 이들이 공복으로서 공직을 원활히 수행할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5년 이상 행시를 준비해온 '장수 고시생'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영남대 행정고시반 부조헌에서 만난 이모(31) 씨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사라지게 됐다"며 "전문가라는 이들을 한정해 따로 뽑는 제한경쟁 채용제도는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사회복지직, 보호관찰직, 교정직 등 일부 직렬은 5명 미만을 뽑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일부 직렬은 격년제로 뽑기도 해 행시 준비생 중 소수 직렬 시험을 준비해온 이들의 충격은 더 컸다.

2008년 졸업 후 모 기업체에서 1년간 일하다 행시 교정 직렬을 준비해온 김모(30) 씨는 더 답답하다. 그는 "교정직이나 보호관찰직에 전문가가 어디 있느냐"며 "정부의 전문가 영입 원칙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행정고시 준비를 갓 시작한 이들도 불안감을 내비쳤다. 최윤지(24·여) 씨는 "고등고시도 손바닥 뒤집듯 쉽게 시험 제도가 바뀌는데 다른 시험 제도도 연쇄적으로 바뀔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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