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지역 발전과 대학

"참 고민입니다. 교육감의 성적이 서울대 진학률로 결정되는 것이 현실인데 뭘 할 수 있을지…."

우동기 대구 교육감이 6'2지방선거 출마 전 사석에서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주변의 권유로 교육감 출마를 두고 고심하던 그는 '서울대 입학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절대 과제인 교육 현실에서 당선되더라도 '소신 정책'을 펼 수 있을지 갈등을 겪고 있었다. 또 영남대 총장 출신인 그로서는 잘 가르친 지역 고교생을 서울 지역 대학에 보내야 하는 '이율배반적' 현실도 수용하기 힘든 부분 중 하나일 것이다.

지난 50년간 한국 교육에서 '서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입시 성적에 따른 대학 서열화가 굳어져 있고 가장 정점인 서울대 입학생 수의 증가는 이른바 상위권 대학 진학생 수 증가와 이어진다. 이는 결국 학력 수준의 상향을 의미하고 교육의 질 평가에 있어서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서울대 진학률이 높아지면 특정 지역의 경쟁력도 더불어 올라간다.

돈과 권력이 서울에 있고 사업이나 공직 인사까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중심 축의 하나가 '지역 연고성'인 것을 감안하면 지역의 우수 인재가 한 명이라도 많이 서울대에 진학하는 것이 득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서울대 진학률이 높아지면 학부모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올라가는 부수적인 이득(?)까지 얻게 된다.

'서울대 효과'를 이쯤으로 끝내고 이제 '대구의 현실'을 돌아보자.

언젠가부터 '서울대' 진학률은 '서울권 대학' 진학률로 바뀌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입시가 끝나면 학교 정문에 '서울대 ○○명 합격'이란 플래카드가 붙었지만 이젠 고교들이 '서울권 대학 ○○명'을 내걸기 시작한 것.

중'하위권을 막론하고 '서울권 소재 4년제 대학'은 지방 대학보다 한 차원 높은 대학으로 인식되고 있고 학생이나 학부모, 진학 교사까지 서울권 대학 진학이 '입시 잣대'에서 우선시되고 있다.

대구경북에는 23개의 4년제 대학이 있다.

1개 대학에 최소 1만 명에서 3만~4만 명까지 재학생이 있고 수백 명에서 1천 명이 넘는 교수와 교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소비하는 돈은 물론 간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몇백 명의 직원을 둔 대기업 계열사 못지않은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갖고 있다. 21세기 지역 발전에 있어 '산'학 협력'이 기본 전제인 것을 감안하면 대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또 지역에 '좋은 대학'이 없어 상위권이 아닌 중'하위권 대학까지 서울로 유학을 가야 하는 현실은 학부모에게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지역으로서는 '부'와 '인재'의 유출로 이어진다.

하지만 줄어드는 대학 입학 정원에 '서울권 대학' 선호도까지 높아지면서 '지방 대학'의 붕괴는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지방 교육에 있어 '대학의 존재'는 없다는 점이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지역 사회에서 중'고생의 학력 신장에는 열정을 쏟아부어 오면서도 '괜찮은 지역 대학'을 키우는 데 있어서는 모두 방관자적인 자세로만 있어 왔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수도권 집중이 강한 한국에서 한 지역의 노력만으로 '좋은 지방 대학'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해 '지방 대학'의 붕괴를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이란 말이 있다. 사마귀 한 마리가 수레를 막듯 이제라도 지역 사회에서 의지를 모아 '지역 대학' 키우기에 나서야 한다. 대학마저 무너지면 대구경북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이재협 사회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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