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구촌 '물폭탄'공포, 대구도 더이상 예외 지역 아니다

집중호우 빈도 30년새 50% 증가…최악 가능성도

지난 주말부터 17일까지 대구경북 곳곳에 '무섭게' 비가 내리고 있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다. 30℃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순식간에 불어닥친 기습 폭우로 농경지 유실, 산사태 등 비 피해가 속출했고, 대구 노곡동 일대 주택과 차량이 지난달에 이어 또 물에 잠겼다.

◆집중호우 공포

1시간에 30㎜ 이상, 하루 80㎜ 이상 비가 내리는 집중호우가 잦아지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16일까지 대구경북 상당수 지역에 하루 100㎜ 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특히 15일 오전 11시 37분부터 1시간 동안 대구에 53.5㎜의 비가 내려 1900년 기상 관측 이후 역대 8번째로 많은 시간당 최고 강우량을 기록했다.

집중호우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지구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0.74도 상승했고, 한반도는 1.5도 가까이 올랐다. 기온이 1도 올라가면 공기중의 수증기 농도가 7% 가량 높아져 빗줄기가 굵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수 강도가 세지면서 집중호우가 이어지고 있는 것.

대구도 집중호우 빈도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의 과거 40년간 6~8월간 집중호우에 해당하는 80㎜ 이상 일일강수량 분석 결과 1970년대 8차례 그쳤던 것이 2000년대 들어 12차례로 늘었다.. 집중호우 때 집계된 일일강수량의 합계도 1970년대 821㎜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에는 1천252㎜를 넘어섰다. 30년간 400㎜ 가량 강수량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잦은 집중호우는 대구뿐 아니라 한반도 전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달 수해 사실을 밝힌 북한의 7월 강수량은 315.8㎜로, 평년 강수량 227㎜에 비해 100㎜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개성 지역에는 지난달 16일 오전 9시부터 23일 오전 9시까지 일주일간 441.4㎜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곳곳도 집중호우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파키스탄, 인도에서 홍수와 이에 따른 산사태로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특히 1천600명 이상이 사망한 파키스탄은 직간접 피해를 입은 이재민만 1천380만 명으로 추산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AFP통신을 통해 "이번 홍수는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2005년 파키스탄 대지진, 지난해 아이티 지진보다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집중호우 공포, 남의 일 아니다

아시아 곳곳을 집어삼킨 물폭탄 공포는 다른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대구시는 1시간당 80㎜의 집중호우가 쏟아질 경우 36개 지역(190.5ha)에서 2천266가구가 침수되고 6천380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에 따르면 1900년 기상 관측 이후 지금까지 역대 최고 시간당 강수량은 1941년 7월 6일 80㎜로, 집중호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

시는 시간당 80㎜의 비가 쏟아지면 신천대로 지하차도(중구), 신암5동 아양중 주변(동구), 상리동 위생처리장 부근(서구) 등지까지 침수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습 침수 지역은 시간당 40㎜이하 집중호우에도 위험할 수 있다. 실제 북구 노곡동 경우 16일 시간당 19㎜의 비에 주택 60여 채와 주차 차량 20여 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고, 앞서 지난달 17일에도 4시간 내린 33㎜의 비에 배수펌프장 주변 주택 44채와 차량 96대가 물에 잠겼다.

이처럼 집중호우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대구시 대책은 걸음마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대구는 비 피해가 없는 지역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할 때"라며 "집중호우로 예상되는 피해를 다각도로 분석해 종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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