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지역 이탈의 원인 제공자는 경북대(?)'
대구경북 수험생들의 '이탈 현상'에 대해 대학 및 입시 관계자들은 주된 요인을 경북대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경북대가 지역 우수 수험생 유치에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데다 경북대 입학생들의 성적이 하락하면서 지역 대학들이 노력을 해도 수험생 수준이 '동반 하락' 을 가져왔기 때문이라는 것.
대학 관계자들은 "경북대 입학생의 성적이 계속 떨어지면 지역 하위권 대학과 전문대들은 모집할 신입생이 줄어들게 된다"며 "수험생이 감소하는 2014년 이후부터는 정원 부족 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경북대의 항변
입시 관계자들은 경북대 입학생들의 수준이 서울 지역 중하위권 대학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대 입시 관계자는 "30년 전에는 경북대가 서울 상위권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1990년대 이후 상위권 학생들의 서울 진출이 증가하면서 성적이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경북대 입학생의 수준 하락은 '취업 문제'와 직결된다. '서울권 대학=취업'이라는 등식이 굳어지면서 경부선 상행열차에 몸을 실는 수험생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북대는 수험생들의 '묻지마식 서울행'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김인화 취업지원 부장은 "올해 졸업생의 경우 취업률이 54%다. 미취업자는 '직장의 질'을 고려해 취업을 보류한 학생이 상당수로 취업의 질로 따지면 서울지역 중상위권 대학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2009년 경북대의 졸업생 4천900여 명 중 대학원과 군 입대자 등을 제외한 취업 대상 학생은 4천여 명 정도. 이 중 집계된 100위권 대기업 취업자는 457명(한국교육개발원)으로 삼성전자 96명, 삼성중공업 57명, LG전자 41명, 엘지디스플레이 32명, 삼성SDS 24명 등이다. 사범대는 전국 대학 중 3연속 임용률 1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금융권과 공직 진출 학생까지 합치면 1천~1천500명 정도가 '선호하는 직장'에 취업한다"며 "서울 일부 대학을 빼고는 이 정도 수준의 취업률을 보이는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영섭 입학관리본부장도 "취업률을 바탕으로 한 대학역량 평가에서 2년 연속 전국 1등을 했지만 입시 설명회를 가보면 학부모나 수험생의 경북대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아 놀랄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경북대의 책임은 없나
취업률로 본다면 경북대는 전국 상위권인데도 지역 사회의 평판은 왜 박할까.
"전국 모든 대학이 수업이 끝난 오후 7시에 입시설명회를 합니다. 5시에 하는 곳은 경북대밖에 없습니다."
"입학 설명 자료집을 보내달라고 하면 와서 가져가라고 합니다. 입학처장 인사가 1년마다 입시철에 있는 유일한 대학입니다."(고3 교사들)
"취업률이 떨어져도 교수들이 자유로운(?) 곳이 경북대입니다." "서울 진출 학생을 잡으려는 노력 없이 지역 사립대 우수 학생만 빼올 궁리를 합니다."(지역 사립대 보직교수들)
지역 고교와 사립대 관계자들은 경북대의 입학생 모집과 학생 관리가 '바닥 수준'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A사립대 관계자는 "지역 수험생 유출을 막기 위해 공동 입시 설명회를 계획했지만 경북대 반대로 무산됐다"며 "경북대가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추락한 경북대의 위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전면 장학금과 외국 유학을 내걸며 2010년 첫 모집에 들어간 글로벌 인재학부가 정원 모집에 실패한데다 수성구 일부 고교에서 입시설명회까지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경북대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것이 지역 교육계 분석이다. 국립대 특성상 등록금이 낮다는 것을 빼고는 교수확보율 전국 42위, 학생당 교육비 59위, 외국인 교수 비율 67위가 말해주듯 학교운영 및 학사관리가 낙제점이라는 것.
경북대 관계자는 "입학 관리에 소홀했던 부분이 많았다"며 "올해는 대구경북 지역 150개 대학을 다니며 입학설명회를 열고 있고 캠퍼스로 학생들을 초대해 보여주는 입시 설명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학생 모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 추락의 부메랑은 지역사회로
경북대가 지역 '선도대학'의 위상을 지키지 못하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지역 사회로 돌아온다.
대구권 B대학 관계자는 "대구경북 수험생이 지역 대학 대신 서울 하위권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화 되고 있다"며 "학부모는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지역 대학은 신입생 부족이라는 문제를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학이 직접 창출하는 일자리는 300~1천여 개 정도. 대구경북 49개(전문대 26개) 대학 중 10%가 문을 닫게 되면 몇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특히 지역 주요 사립대들은 몇 년 전부터 우수 수험생 모집과 취업률 향상을 위해 '비상 운영'을 하고 있지만 경북대의 역할 부족으로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수험생의 지역 이탈에 대해 지역 대학들은 '냉정한 판단'을 당부하고 있다. 대학마다 전면장학금, 기숙사 제공, 해외 유학 등을 조건으로 내건 '특별 학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북대와 영남대 등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에 취업이 보장되는 '학과'들이 있다.
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고비용을 들여 서울 중하위권 대학에 입학해도 취업이 쉽지 않다"며 "지역 대학의 알짜 학과에 입학하는 것이 취업이나 해외 진출에 있어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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