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토론, 캐피탈보다 싼데 왜 안팔리지"

금리 4∼5%p 낮지만 신용조회 등 절차 복잡…대구은행 최근 실적 3건

은행들이 잇따라 자동차 할부대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기대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어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할부대출 상품인 오토론은 캐피탈사들의 독무대였다. 캐피탈사들은 자동차 판매 딜러망과 완성차 제조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동차할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연간 13조원 규모인 자동차 할부 시장에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과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이 파격적인 금리와 할부 요건 완화 등을 내세운 오토론 상품을 출시하며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

◆은행 오토론, 잘 안팔리네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의 신차 할부금융 시장 규모는 월 430억원, 연간 5천억원대로 추산된다. 전국적으로는 13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오토론 시장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성적표는 저조한 편이다. 이달 6일 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한 자동차 할부 대출 상품인 '오토론'을 선보인 대구은행의 경우 열흘이 지난 16일 현재 신청 건수는 3건, 대출 실적은 3천120만원에 그쳤다. 이 상품은 대출한도가 최대 5천만원으로 높고, 금리도 최저 5.51%에 불과하다. 지난 5월 선보인 '마이카론'도 3개월 동안 대출 건수는 65건, 대출금액은 8억1천만원에 불과하다. 대구은행이 올 11월까지 목표로 한 100억원에 한참 모자라는 규모다.

대형 시중은행도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지난 2월 선보인 신한은행의 마이카대출은 출시 후 6개월 동안 1천40억원의 실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캐피탈사들의 오토론 한 달 판매 규모가 1천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부진한 수준이다. 지난 4월 출시된 우리은행 '우리V오토론'도 이달 10일 현재 153억원이 팔리는 데 불과했다.

◆금리는 낮지만 접근성 낮고 번거로워

은행 오토론이 부진한 이유는 접근성이 낮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은행 오토론은 은행을 따로 방문해 자동차 구입 계약서 등을 제출하고 신용등급 조회를 한 뒤에야 대출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보증기관의 적격 심사도 통과해야 하지만 승인율도 50%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캐피탈사의 할부 상품은 자동차 대리점에서 차를 살 때 영업사원과 바로 연결돼 이용이 편리하다.

은행권은 낮은 금리를 무기로 이런 단점을 뛰어넘겠다는 전략이다. 은행권 상품은 취급수수료나 자동차에 대한 근저당 설정이 필요 없고 대출 금리도 최저 연 5~6%대로 캐피탈사보다 4~5%포인트 낮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차를 구입하기 전에 미리 은행에 와서 본인의 대출금리를 조회하면 은행 상품이 훨씬 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며 "성과가 계속 나지 않으면 금리를 보다 낮추거나 영업 방식을 바꾸는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캐피탈사도 적극 견제 나서

캐피탈사도 최근 표면금리를 인하하거나 은행을 인식해 차별화 상품을 출시하는 등 적극 견제에 나섰다. 최근 현대캐피탈은 표면금리를 최대 4% 인하했고, 이달에도 K5와 신형 쏘나타 등에 5.9% 저금리를 적용하는 등 고객 이탈을 막고 있다. 또 이달 1일부터 신차할부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금에서 차량의 중고차 가치만큼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할부대금을 납부하는 차량가치보장 할부도 도입했다. 아주캐피탈도 매월 주요 차량에 대해 저금리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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