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야 오셨어요. 우리 노곡동은 대구가 아닌가요."
17일 오후 3시 45분 김범일 대구시장이 한 달 새 두 차례나 물난리를 겪은 북구 노곡동 침수현장을 찾았다. 김 시장은 현장을 돌며 주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주민들은 가슴속 응어리를 삭이지 못했다.
주민들은 "미안하다고 말만 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 아니냐"고 따졌다. 몇몇 가게 주인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두 번이나 우리를 죽였다"며 울부짖었다.
이날 물이 빠진 침수현장은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골목마다 망가진 가재도구들이 쌓여 있었고 도로를 뒤덮은 진흙이 마치 개펄 같았다. 수차례의 방역작업이 남긴 매캐한 냄새도 코를 찔렀다.
이연옥(53·여) 씨는 "지난달 1차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든 빨리 해결해서 장사를 하려고 그렇게 열심히 협조를 했는데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되냐"며 "제대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주민들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손준원(59) 씨는 "제대로 대책을 세웠으면 지금 이런 상황은 안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고 눈물을 훔쳤다.
주민들은 16일 밤부터 청소차량과 자원봉사자의 지원을 거부한 채 밤새 마을 입구를 지키며 전기 및 가스복구 작업자의 출입만 허용했다.
이날 오전 노곡동 침수 보상 대책위원회는 주민이 피해조사에 참여해 보상을 위한 조사를 먼저 한 뒤 복구작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행정기관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책위원회 양기동(42) 사무국장은 "지난번 청소와 복구가 진행된 뒤에 피해조사가 실시돼 주민들의 반발이 많았다"며 "주민과 구청직원이 1대 1로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대책위원회는 이날 김 시장과 1시간 가까이 면담을 하면서 ▷시장의 공식적인 사과 ▷조속한 보상 ▷피해현장에서 잘 수 있도록 잠자리를 마련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현장을 둘러본 김 시장은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정말 면목이 없다"며 사과했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구 북구청은 18일 오전부터 자원봉사자와 함께 각 가구의 복구작업을 벌이는 한편 2주 안으로 보상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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