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인사청문회

당 태종 이세민은 인재를 모으고 활용하는 데 뛰어났다. 하지만 그에게 천책상장(天策上將)의 명성을 얻도록 뒷받침한 것은 '18학사'라 불린 인재 집단이었다. 방현령, 두여회, 육덕명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 방현령이 단연 으뜸이었다는 게 사가들의 평가다.

이세민이 진왕(秦王)에 책봉된 후 사람이 모여들고 인맥이 두터워지자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는 문제가 대두됐다. 인재가 각지로 이동하게 되면서 두여회도 외지로 나가게 됐다. 방현령은 "두여회는 대세를 읽을 줄 알고 천하를 안정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인재로 절대 내보내선 안 된다"고 간언했다. 그러자 이세민은 이를 철회하고 그를 중용했다. 방현령의 판단은 적중했다. 두여회는 이세민이 고비를 겪을 때마다 정확한 판단과 결단력을 보여줬고 당 왕조의 안정과 번영에 크게 기여했다. 이에 방현령의 지모, 두여회의 결단력을 일컬어 '방모두단'(房謀杜斷)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20일부터 시작될 국회 인사청문회로 정국이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을 국회가 인정하느냐 거부하느냐를 놓고 여야 간 어떤 공방전이 벌어질지 눈에 선하다. 총리와 장관, 경찰청장 등 내정자들에 대한 온갖 의혹들이 일찌감치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터다. 왕조시대에도 인재 등용을 두고 군신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하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견제를 위한 견제, 억지 비판은 삼갈 일이다. 인신공격만이 능사이고 대립'갈등으로 우세를 가름한다면 지난 역사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이전투구식 당파싸움이 될 뿐이다.

삼국시대 위나라 사람인 유소는 사람 보는 눈이 남달라 식인(識人)에 탁월했다. 인재 식별과 인물 활용에 대해 쓴 '인물지'에서 그는 "큰 능력을 작게 사용하면 위태롭고 작은 능력을 크게 쓰면 좌절한다"고 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모두에게 유소와 같은 높은 안목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흠결은 날카롭게 가려내되 인물을 정확하게 보라는 말이다. 봉건시대처럼 편을 갈라 사람을 내치고 음모와 술수를 동원해서라도 권력을 나누지 않으려는 파워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에 좋은 쓰임이 되는 인재와 쭉정이를 가리고 골라내는 절차여야 한다. 사람은 뒷전이고 내 편 네 편 가르기에 바쁜 청문회라면 이를 지켜보려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되겠나.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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