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연이은 악재로 뒤숭숭하다.
성서IC 주변 도시고속도로와 주변 진입도로가 출퇴근 시간에 꽉 막혀 지난달 초부터 운전자들의 분노를 사더니 지난달 17일에는 북구 노곡동이 물에 잠겨 대부분의 가옥이 침수됐다. 노곡동 주민들이 '물난리'로 고통받고 있을 때 시 간부들이 골프를 쳐 또 한 번 망신살이 뻗쳤다.
또 지난달 15일 동구 율하 지구에 한 대형마트가 개점하면서 인근 소상인들이 '다 죽는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고 휴일에는 주변 도로가 마비되다시피해 주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에는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보행로가 가라앉는 등 부실 공사 의혹이 일고 있다.
급기야 김범일 대구시장은 "시민들에게 불편과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앞선 일들은 불과 50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재선에 성공해 의욕적으로 민선 2기를 출발한 김 시장에게 초장부터 악재가 겹쳐 무척 속이 쓰라렸을 법하다.
부시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장마와 태풍이 몰아치기 전에 재해 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재해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노곡동 주민들은 한 달 만에 두번이나 큰 침수 피해를 당했다. 침수 원인도 한 달 전 1차 침수 때와 똑같다. 시와 북구청은 지난달 노곡동 침수 수습 과정에서 제진기의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땜질 처방에 그쳐 이번 수해를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45분간 내린 15㎜가량의 비에 건물 62채와 차량 30대가 물에 잠겼고 주민 44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니 만약 더 많은 양의 비가 왔다면 참담한 인명 피해까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시 간부들이 재해 현장을 찾아 단속을 했지만 재해가 반복된 것은 정밀한 연구와 점검이 없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현장을 둘러본 식으로 대응한 탓이다. 전쟁터에서 전략물을 '정밀 타격'하듯이 재해 가능성이 있는 현장의 조사'점검 노력이 없었다.
성서IC 교통 체증도 한국도로공사가 옥포-성서IC 간 중부내륙지선(옛 구마선) 확장 공사를 하기에 앞서 고속도로와 도시고속도로를 분리할 경우 엄청난 체증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냈지만 대구시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이를 무시했다. 물론 성서IC 일대의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도로 확장이 시급했고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도시고속도로 확장은 엄두도 내지 못한 사정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고속도로 확장은 별개로 하더라도 도로공사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진입로 구간 변경 등 차량 체증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 노력을 소홀히 해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 교통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시청 하급 직원들에게 들은 말이다. 어떤 간부는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자기 말을 더 많이 하고, 또 다른 간부는 민원인들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데도 결재 과정에서 문제의 핵심과는 관계없는 문구를 고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고 했다. 또 다른 분야의 실무자들에 따르면 한 간부는 시의 당초 방침 및 시장의 의중과는 다르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어렵고 곤란한 일은 책상 서랍에 넣어둔 채 시장에게 보고조차 않으려는 간부도 있다고 한다.
시청 내부에서, 또 시청 밖에서 시 간부들의 업무 수행 태도와 역할에 대해 말들이 많다.
대구시정의 핵심 역할은 실국장급이 쥐고 있다. 이들이 얼마나 소신 있게, 또 열심히 뛰느냐가 시정의 성패로 귀결될 것이다. 최근 연이어 터진 악재도 시의 간부들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경우다. 결과적으로 시장이 사과를 했듯이 간부들의 무능과 무소신은 결국 시장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김 시장은 최근 사석에서 기자에게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실제 이것이 사실이더라도 현실적으로 외부에서 능력 있는 인물을 대거 모셔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불행히도 현재의 인력으로 끌고가야 할 수밖에 없다. 좋은 평가든, 부정적인 평가든 김 시장의 용인술이 대구시정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참신하고도, 감동적인 인사로 대구시정도 감동을 자아내는 김 시장의 용병술은 언제쯤 가능할까?
사회1팀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