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또 대형마트 손들어줘'…지자체, 허가반려訴 패소

구미시-이마트 허가반려 다툼…청주서도 유사 판례

이마트 동구미점 건립을 두고 구미시와 이마트 사이에 벌어진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거대유통업체인 이마트 측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구미시와 구미시민들은 지역에 이미 대형소매점이 3개나 들어서 전통시장 및 영세상인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다시 대형소매점이 들어서게 돼 '골목상권'이 붕괴될 게 뻔하다며 지역 경제와 서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지법 행정부(부장판사 정용달)는 18일 이마트(㈜신세계)가 건축허가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하라며 구미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마트는 구미 임수동에 2만3천여㎡ 규모의 대형소매점을 짓기 위해 지난해 11월 건축허가 신청을 했으나 구미시가 지난 2월 신청서를 반려했다.

구미시는 반려 이유로 ▷부지 북쪽의 도로(폭 13.5m)와 연결되는 경북근로복지공단 도로의 폭 10m를 13.5m로 늘릴 것 ▷교통섬·자전거전용도로 등 설치 ▷현행법상 이마트는 산업단지 지원시설로 볼 수 없어 규모를 축소할 것 등을 내세웠다.

구미시는 재판 과정에서 영세상인 및 소상공인의 상권과 생계를 지켜주기 위해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의한 적법 조치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도로 폭 확장은 지금까지의 대형소매점 교통영향평가가 현실에 맞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법을 넘어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북도 교통영향분석·개선대책 심의에서 지적되지 않은 도로 확장 및 교통섬 설치 등의 개선 대책을 추가 요구하면서 건축허가신청을 반려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건물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입주기업체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은 근거가 없다"며 "공익상 필요에 의한 적법조치란 것은 애초 반려처분 사유에 포함되지 않아 이유 없다"고 밝혔다.

이마트 동구미점 건립에 반발하고 있는 주변 상인들과 경제·시민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구미시는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마트의 1심 승소로 이마트 동구미점 건립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구미 인동동 일대 상인들은 대형소매점 건립에 따라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술렁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말 "구미에 이미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소매점 3개가 입점해 인구 13만 명당 1개꼴로 포화상태"라며 "여기에다 이마트 동구미점이 추가 입점하면 구미의 '골목상권'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입점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법 한 관계자는 "구미시가 애초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할 때는 소상공인 보호명분을 내세우지 않아 판단 대상에서 제외했다며"며 "법과 판례에 따라 판결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6월 청주시가 입점 제한을 했다가 유통업체에 패소하는 등 유사한 판례가 잇따르고 있다"면서도 "법 개정이 뒤따라야 하지만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법률 자구 그대로 판결하고 있는 법원의 고답적인 태도도 한몫하고 있다"고 평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