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 들여다 보기] 라이브 연주와 녹음 반주에 대한 오해와 진실

얼마 전 대구에서 공연된 한 뮤지컬의 녹음 반주에 대해 관객과 제작사가 인터넷상으로 설전을 벌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양쪽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이러한 설전은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는 좋고 녹음 반주는 안 좋다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적의 극장에서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라이브 연주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뮤지컬 음악은 라이브 연주가 가지는 장점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녹음 반주라고 해서 작품의 질을 떨어뜨린다고는 볼 수 없다.

뮤지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라이브 연주로 갈 것인가 녹음 반주로 갈 것인가는 프로듀서와 음악감독들에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라이브 연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제작자나 음악감독이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자들이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보다 녹음 반주를 선호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절감 차원이다. 라이브 연주를 위해서는 오케스트라 연주단 인건비와 음향시스템 등에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오케스트라 구성원의 실력, 공연기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5인조 오케스트라가 한 달을 공연한다고 가정했을 때 인건비와 추가 음향설치비로 1억5천만원에서 2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비해 녹음 반주 제작비는 녹음 장소, 구성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5천만원 내외에서 해결된다. 녹음 반주 제작비가 오케스트라 연주단 운영비보다 적게 들기도 하지만, 오케스트라 인건비는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녹음반주는 한 번 제작하고 나면 더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래서 장기공연이나 지방투어 공연이 예정된 작품들은 녹음 반주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지방공연에서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를 접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 있다.

하지만 비용을 떠나 보다 안정적인 음악을 위해 녹음 반주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 제작사 에이콤 인터네셔널이 제작한 창작뮤지컬 의 음악은 호주에서 풀 오케스트라 연주로 녹음해 온 반주를 사용했다. 에이콤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녹음 반주가 라이브 연주보다 더 안정적이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은 음향 장비와 기술이 발달해 일단 녹음을 하고 난 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보완하고 더 풍성하게 편집할 수 있다는 녹음 반주만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들어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현재의 국내 뮤지컬 제작여건상 실력이 뛰어난 연주자들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대안으로 녹음 반주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비용 절감이 녹음 반주를 선호하는 주된 요인이긴 하지만 공연장의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녹음 반주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소극장 뮤지컬들은 극장 내에 라이브 연주자들이 위치할 공간 확보가 쉽지 않고 방음벽 등 음향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에 녹음 반주로 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라이브 연주와 녹음 반주의 장점만을 취해서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캣츠 오리지널팀 내한공연 때는 풀 오케스트라 녹음 반주를 주로 사용하면서 음악감독의 지휘로 6가지의 악기만 라이브로 연주하는 방식으로 공연됐다. 라이브 연주의 현장감을 살리면서 녹음 반주가 주는 풍성하고 안정된 음악과의 조화를 통해 질 높은 음악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국내에서 라이선스로 공연된 도 이런 방식을 택한 경우다.

사실 라이브 연주가 좋다 혹은 녹음 반주가 좋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논리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두 가지 연주방식의 차이를 확연히 느끼는 사람과 그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개인적 편차와 오케스트라의 수준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제작자의 마인드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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