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로 배우는 100년 전 선비들의 애국애족정신

국치(國恥) 100년, 나라 잃은 울분에 스스로 음식을 끊고 죽음을 택했던 향산 이만도 선생의 자정순국 100주년을 맞아 선생의 충과 의를 담은 실경 스토리텔링 국악 뮤지컬 '락(樂)-나라를 아느냐?'가 14일 안동 도심에 자리한 웅부공원에서 광복 65주년 전야제 행사로 열렸다.

지난 6월 13일 안동댐 민속촌 동산서원에서 첫 공연된 이후 동산서원을 실경으로 공연해오다 광복 65주년을 맞아 도심으로 나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100년 전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 이날 오후 8시부터 열린 공연은 관객일체형 연출을 위해 대형 태극기와 걸개국기, 개인용 부채국기 2천 개를 준비해 공연단과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뜻 깊은 시간이 됐다.

'락-나라를 아느냐?'는 진정한 선비정신과 애국애족이 무엇인지 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안동시와 안동국악단(단장 전미경)이 지난해 제작해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실경 뮤지컬 '450년 사랑'에 이어 두 번째 개발한 창작 뮤지컬.

일제 압제와 강제병란, 국권회복과 광복에 이르는 격동의 현대사 한가운데서 안동지역의 유림들과 민초들이 보여준 의(義)를 바탕으로 한 충(忠)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를 향산과 며느리 김락을 통해 알리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작품 속에는 석주 이상룡, 백하 김대락 등 안동지역 독립지사들의 만주벌 독립활동이 독립군가와 군무로 표현되고, 을사늑약 소식에 향산 이만도는 국사봉에 올라 늑약의 폐기를 외치며 오적의 잔당들을 침하라는 상소를 올린 후 24일간의 처절한 단식 끝에 자정순국하는 10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또 일제의 혹독한 감시 하에 독립운동에 나선 향산의 며느리 김락의 독립운동과 일제의 고문으로 두 눈을 잃어버린 암울함 속에서도 독립을 희망하는 노래로 의지를 불태우는 등 김락 여사가 겪은 처절한 고통과 시련 등 안동 사람들의 선비정신과 의로움의 바탕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공연기획을 맡은 전미경(37) 안동국악단장은 "안동 웅부공원의 아름다운 야경과 영가헌의 실경을 무대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무용과 스토리에 관객들이 매료됐다"고 했다. 연출을 맡은 안동영상미디어센터 김준한 이사장은 "국난이 있을 때는 나라를 먼저 생각했던 안동의 의를 국치 100년을 맞은 지금에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뮤지컬"이라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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