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공포영화나 공포체험 프로그램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 많이 등장한다. 극장가에서는 드라큘라나 늑대인간,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살인자,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주인공들이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고 TV에서도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입에 피를 흘리며 주인공을 뒤쫓는 납량특집이 방영된다. 놀이공원 등에도 공포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그런데 공포영화를 보거나 공포체험을 하면 정말 시원해질까. 아니면 단순히 심리적인 착각일까.
▶공포! 무더위 퇴치에 도움 되나
전문가들은 공포체험은 심리적인 효과 외에 실제 체온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한다. 공포를 체험할 때 몸의 체온이 떨어질 때와 비슷한 과정을 실제 겪는다는 것. 동산병원 신경정신과 김정범 교수는 "공포와 긴장감을 느끼면 우리 몸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몸의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소화기관에서 근육으로 피가 쏠리며 소화기관의 활동이 줄어들고 에너지 방출을 줄이기 위해 피부의 혈관을 수축시킨다"며 "이 과정에서 근육이 수축돼 으스스한 느낌이 나고 땀샘이 자극돼 식은땀이 난다. 식은땀이 증발하면 몸은 더욱 서늘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공포체험은 단순히 체온을 낮추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 생활에서 쌓인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심리학에서는 '잔여긴장'이라고 하는데 공포감은 이를 해소하는 훌륭한 방법 중 하나다. 영남대 심리학과 정봉교 교수는 "신체는 공포와 같은 자극을 받으면 아드레날린이나 도파민 같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이때 신체 변화와 함께 짜릿한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며 "공포체험은 신체적 시원함과 더불어 '속 시원함'까지 느끼게 해 주므로 무더위를 쫓는 데 효과가 크다"고 했다.
▶공포도 과학이다
공포를 극대화하는 영화나 체험에는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실제 공포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들어보면 영상이 없어도 공포스럽거나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공포음악 제작 전문가인 윤정임 씨는 "공포영화에 삽입되는 음악은 단조나 감화음을 많이 사용한다. 어두운 느낌을 주는 이들 음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단조음악은 장조음악을 들을 때보다 부정적 정서와 우울함을 많이 느끼게 만든다. 극도의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 사용하는 감화음은 완전5도(=7프렛)에서 반음이 줄어든 감5도(=6프렛)를 의미하는 것으로 주로 조옮김에 많이 사용한다. 조옮김이라는 코드 진행 자체가 조금 불안한 것이기 때문에 그보다 더 극한 긴장을 주었다가 마치 그것이 조옮김으로 해결되는 것처럼 유도하면 긴장감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음높이가 낮으면서 짧고 끊김이 있거나 불규칙한 화음, 독특한 전자음향 등도 공포음악에 자주 등장한다. 특히 끊김이 있는 음일 경우 끊어질 때의 음이 종결의 느낌을 갖게 되는 음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노래가 끝나지 않고 계속 무언가가 이어질 듯하지만 순간의 끊김으로 인하여 음악이 끝난 듯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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