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만 먹고 살겠다는 심보로는 더 이상 발전이 어렵지요. 대구경북과 더불어 몇 곳이, 아니면 전국이 모두 덕 보는 '기획과제'를 우리가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기획이 있는데 당신들도 참여해볼래, 대신 우리가 1순위 하겠다. 이렇게 그러모아 정부를 설득하고 예산을 따내면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메디시티 대구'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김법완(58)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창창한 목소리에 논리도 시원시원했다. 대구경북 발전을 위한 충고에서부터 아이디어 제안까지 쓴소리, 단소리 가리지 않았다. 대신 첨단의료복합단지와 대구 적십자병원에 대해서는 "진행 중인 일이기 때문에 지금은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김 원장은 대구에서 의료를 산업화한 장본인으로 통한다. 1983년 계명대 의과대학 교수(비뇨기과)로 학계에 발을 내디딘 뒤 1986년 경북대로 옮겼고, 이후 경북대 본부 기획부처장, 경북대병원 기획실장, 경북대 학생처장을 거쳤다. 그 사이 대구경북테크노파크 추진단장과 경북대 제2캠퍼스 추진단장도 역임했다.
"1990년부터 3년간 미국 뉴욕주립대 로즈웰파크 암센터에 교환교수로 다녀왔습니다. 미국은 당시 국방 예산이 전체의 47%였는데 그 다음이 보건의료산업으로 25%나 됐어요. 대한민국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차이였지요. 그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가 산업이 되어야 하겠구나."
그래서 태어난 것이 대구경북테크노파크다. 초기에는 의료, 전자, 고분자공학, 생명공학의 융합이 테마였지만 '의료가 무슨 산업이냐'는 논리에 밀려 의료 분야는 빠져버렸다. "의료가 포함됐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테크노파크가 만들어지면서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요. 이후 경산, 포항 등에도 테크노파크가 들어서게 됐고요. 다행인 건 그 뒤로 보건의료산업을 키워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오늘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겁니다."
보건의료산업에는 의료서비스, 제약, 의료기기, 건강기능 분야가 있다. 특히 의료서비스에는 해외 환자 유치, 해외 의료기관 설립 등이 포함돼 아주 중요한 분야다. 김 원장은 이 부분을 아주 길게 설명했다. 그는 "의료서비스는 마법과 같다"며 "사람을 치료하는 일이지만 고급 일자리 창출에도 1등 공신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단기 인턴이나 공공근로 사업은 필요하지만 영구적이거나 안정적이지 않다. 위기극복용일 뿐이다. 하지만 의료서비스 분야는 예산 1억원에 일자리 1명이 창출되는 취업유발계수가 아주 높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나라는 1천 병상에 3천 명이 고용돼 있지만 미국은 1천 병상에 2만7천 명이 고용돼 있어요. 그만큼 미국은 의료서비스 강국이죠. 우리나라가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국한한다면 미국은 예방에 관리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만약 1천 병상에 미국의 절반만큼만 고용해도 장래성, 안정성, 연속성이 있는 직장이 대폭 늘어나는 것입니다."
그는 대구가 주 테마로 '교육과 의료'를 선택한 것은 "아주 잘 한 일"이라고 했다. 약학대학과 BT, 전자공학 등이 강세인 대구가 첨단복합단지까지 유치하면서 메디시티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부터는 대구시가 고급두뇌를 지역에서 고용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에서부터 투자해야 한다"며 "큰 화두를 정했으면 올인해야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구경북의 유수 대학 총장들이 나서서 교육과 의료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을 설득하고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며 "교수와 지성인이 나서고 지역 정치권이 힘을 합쳐준다면 지역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세종시 수정안이 무산되면서 붕 떠버린 과학비즈니스벨트도 대구경북이 서둘러 유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코 의료 분야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항-대구-광주를 잇는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교직을 떠나 있지만 그는 후학들에게도 한마디했다. 대학의 자유게시판이 이제는 맛집 소개, 장터 수준으로 전락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단다. 그러면서 "학문의 상아탑에서 취업에만 목매지 말고 도전의식과 비전을 가지고 대학생활을 즐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구경북도 "젊음을 붙잡아야 클 수 있다"고도 했다.
김 원장은 의성 출신으로 경북중·고,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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