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0 대구 스타기업' 열전(상)…고문당인쇄㈜·벽진BIO텍·알앤디텍스타일㈜

여성 CEO가 운영하는 고문당인쇄㈜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근면성을 바탕으로 국내 인쇄기술의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고문당인쇄㈜ 제공
여성 CEO가 운영하는 고문당인쇄㈜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근면성을 바탕으로 국내 인쇄기술의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고문당인쇄㈜ 제공
2000년 성서 시대를 맞은 벽진BIO텍은 섬유 제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중이다. 벽진BIO텍 제공
2000년 성서 시대를 맞은 벽진BIO텍은 섬유 제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중이다. 벽진BIO텍 제공
여성들의 로망인 드레스용 원단을 주로 취급하는 알앤디텍스타일㈜은 우리나라 섬유 산업계의 기대주다.
여성들의 로망인 드레스용 원단을 주로 취급하는 알앤디텍스타일㈜은 우리나라 섬유 산업계의 기대주다.

2010년은 대구 경제에 있어 중요한 한 해다. 지난해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이어 36년 만에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섰고, 올해엔 R&D특구와 동남권 신국제공항 등 굵직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오랫동안 암흑기에 있었던 대구 경제에 햇살이 비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 그동안 소리없이 기초를 다진 튼실한 지역의 '강소 기업'들도 화려한 꽃을 피울 준비가 한창이다. 그 중심에 서있는 '2010 대구 스타기업' 6곳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고문당인쇄㈜

일반 서적부터 달력, 제품설명서, 포장지까지 다양한 인쇄물을 만드는 고문당인쇄㈜(대표 장선윤)는 대구 성서2차산업단지에 자리 잡고 있다. 고문당인쇄는 두 가지 점에서 유명하다. 첫째는 인쇄부터 제본까지만 하는 단순한 인쇄업체가 아니라, 인쇄물 디자인 개발부터 발간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낸다는 점이고, 둘째는 가업을 물려받은 후 2세 경영이 성공적이었다는 점이다. 전자는 우수한 설비와 기술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품질능력이고, 후자는 여성 대표이사의 열정 덕분이었다.

◆역사

고문당인쇄는 1962년 대구 중구 동산동에서 출발했다. 시작은 소규모였으나 1968년 LG전자와 거래를 시작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1987년 국내 최초로 매킨토시 전자 출력 시스템을 갖추면서 국내 인쇄기술의 리더로 부각했다. 1997년 현재의 성서공단으로 이전하면서 더욱더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했다. 국내 최초로 8색기 인쇄기를 도입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해 당시 세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문당인쇄는 설비뿐 아니라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이었다. 인쇄업체로서는 드물게 2001년 중국 광둥성 혜주시에 해외현지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지금은 중국에 3곳, 베트남 1곳 등 모두 4곳에 생산법인을 운영 중이다. 이 해외법인에서는 해외 기업들을 상대로 인쇄, 박스, 펄프쿠션, 라벨을 직접 개발해 납품하고 있다. 2010년에는 인쇄포장관련 연구소를 설립해 R&D 투자를 늘리고 해외마케팅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주력제품

주요 생산제품은 사용설명서 같은 양산용 인쇄물, 캘린더, 카탈로그, 전단 같은 상업용 인쇄물이다. 해외법인에서는 박스, 라벨 등 포장 전반에 걸친 인쇄제품을 생산한다. ISO 9001을 비롯, 다양한 품질인증을 획득했다. 인쇄 전 과정을 자체생산하기 때문에 빠르고 품질이 우수한 인쇄물을 제작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까다로운 일본 시장에서도 품질을 인정했다는 점은 고문당인쇄의 자랑이다.

◆기업정신

장선윤 대표는 창업주인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28세의 젊은 나이에 회사경영을 맡게 됐다. 당시(1992년)는 여성 CEO가 드물던 때였다. 그녀가 경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었다고 한다. 장 대표는 "오로지 직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인재양성에 힘쓰고 비전을 제시하며 사원들을 이끌었다"며 "묵묵히 따라와 줬던 직원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회사도 있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지만 지난 10년간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인쇄업계로서는 드물게 투자를 계속해온 장 대표의 노력도 현재의 성공에 큰 밑거름이었음은 분명하다. 장 대표는 "인쇄는 단순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이라고 했다.

●벽진BIO텍

'하이테크 섬유'라는 말은 들어본 적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섬유 후가공'은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섬유에 어떤 후가공을 하느냐에 따라 평범했던 섬유는 첨단섬유가 되고, 튼튼한 섬유가 되고, 항균 섬유가 되기도 한다. 섬유 후가공 기술은 섬유제품의 가치를 높이기 때문에 요즘 후가공업체가 늘고 있다. 벽진BIO텍(대표 추광엽)은 섬유 후가공 전문업체 중에서도 선두주자다. 꾸준한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로 후가공에서도 환경친화적 기술을 개발해 섬유의 자연스런 호흡감을 살려내고 있다.

◆역사

1993년 '벽진창업'이란 이름으로 창업, 1996년 대구 3공단으로 이전했다. 이듬해 대구성서산업단지에 제2공장을 준공한데 이어 2000년 성서공단에 제1공장을 확장 이전했다. 2003년 지금의 벽진BIO텍으로 이름을 바꿨다. 단순한 섬유산업보다 기술집약적인 섬유 후가공 분야에 투자를 집중했다. 올해는 섬유 후가공 업체로는 처음으로 대구시 스타기업으로 선정돼 섬유 후가공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ISO, 벤처, 이노비즈 기업인증과 2010년 기업부설연구소 설치사업 및 제품화사업에 선정되면서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주력제품

벽진BIO텍은 특허출원된 '연속 Bio기 Vintage 가공기술'과 '멀티크리즈(Multi-crease) 가공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유일한 섬유 후가공 기술이며, 벽진BIO텍만의 독보적 자랑거리다. 이 두 기술이 오늘의 벽진BIO텍을 있게 한 차별화 비법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 외에도 국내 최초로 개발한 형상기억섬유인 '선염메모리 직물 연속 후가공'은 섬염 메모리 직물의 특성을 최대한 끌어내는 기술로 세계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또한 코튼, 린넨 등의 자연섬유에 천연 효소를 이용한 바이오 가공을 해 섬유의 탄력을 증가시키고 자연적 호흡감도 살려냈다.

◆기업정신

벽진BIO텍의 사훈은 '끊임없이 변화하자, 사람을 중시하자, 최고를 지향하자'이다. 섬유산업에 안주하지 않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후가공에 도전하며 변화를 계속해왔다는 점, 인재 확보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점, 특허출원하는 후가공 기술을 개발해냈다는 점 등을 볼 때 사훈이 생색용은 아닌 듯하다. 추광엽 대표는 "꾸준한 기술개발로 환경친화적인 후가공 섬유산업을 리드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슈퍼탄소 섬유와 초극세사 나노섬유를 융합한 미래 바이오 융합기술을 연구하고, 고감성 스포츠웨어 개발과 신소재 메티칼 섬유개발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알앤디텍스타일㈜

공주들이 입는 드레스의 우아한 광택, 부드러운 원단, 세련된 컬러는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다. 이런 드레스 원단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아세테이트 원단'이라고 불린다. 파티나 결혼식 때 주로 입는 드레스용 원단인데, 유럽 드레스 바이어들도 반한 대구의 섬유업체가 있다. 바로 알앤디텍스타일㈜(대표 강영광)이다. 이곳은 아세테이트 원단을 직접 생산하고 수출하는 젊은 섬유기업이다. 캘빈클라인, BCBG, Tahari, Polo Ralph Lauren 등 유명 브랜드에도 수출되고 있다.

◆역사

2003년 11월 '알앤디텍스타일'이라는 개인회사가 설립됐다. 역사는 짧지만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이 작은 거인은 8년간 아세테이트 원단만 전문적으로 생산했다. 2008년 경북 칠곡에 연사공장을 설립했고, 올해엔 대구 서구 비산동에 염색공장을 세웠다. 이에 따라 아세테이트 원사부터 원단까지 전 과정의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매년 '텍스월드 USA' 등 세계적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으로 선정돼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 R&D 투자비중도 늘리고 있다.

◆주력제품

아세테이트 세틴 원단은 광택이 우아하고 감촉이 부드럽고, 스판덱스같은 신축성까지 갖추고 있다. 알앤디텍스타일의 아세테이트 원단은 경쟁국인 일본이나 캐나다, 터키의 제품과 비교해봐도 훨씬 우수한 감촉과 광택을 자랑한다. 게다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아세테이트 원단은 미주나 유럽의 파티, 결혼식 드레스용으로 주로 사용되었지만 차츰 국내에서도 여성정장이나 드레스 원단으로 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엔 크레이프 원단이라는 슈트, 정장용 원단 등의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크레이프 원단은 아세테이트 특유의 시원한 촉감까지 갖추고 있다. 이 외에 자카드, 날염원단도 바이어들의 꾸준한 호평을 받고 있으며, 매년 새로운 제품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기업정신

짧은 시간에 세계의 기업과 경쟁하는 거물로 자라난 알앤디텍스타일은 우리나라 섬유 산업계의 기대주다. 섬유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 강영광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섬유에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평생을 패션에 몰두하고, 직원들과 함께 신기술 개발에 땀흘리고 있어요. 화려한 기업보다 실속있는 기업, 큰 기업보다 클 수 있는 기업으로 회사를 이끌고 싶어요."

그는 "지금은 아세테이트 원단을 미주지역으로 주로 수출하고 있지만 앞으로 중국, 유럽 등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라며, "품질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알앤디텍스타일의 강점이라면 불가능은 없을 듯하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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