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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기업 선진화, 무엇을 선진화한다는 말인가

118조 원의 부채에다 하루 이자만 100억 원에 달하는 대표적 부실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LH공사는 올해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1천62억 원을 연말까지 직원들에 줄 계획이며 이중 940억 원은 이미 지급했다. 사기업이라면 생각도 못할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기가 막힌다. 지난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란다. 그 비밀을 들여다보면 더 기가 막힌다. 전체 평가항목 중 재무건전성 비중은 3%에 불과했다.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는 LH공사가 A급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 같은 평가방식은 과장한다면 정부 차원의 분식회계다. 결국 사기업이면 넘어져도 벌써 넘어졌을 LH공사의 돈 잔치를 정부가 도와주고 있는 꼴이다.

이에 앞서 한국전력도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한전은 올 상반기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냈지만 역시 경영평가에서 가장 높은 S 등급을 받았다. 한전은 이를 빙자해 9천 명의 임직원에게 기본급의 500%, 모두 3천600억 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한전은 그래놓고도 전기요금 원가가 판매가격의 91.5%에 불과하다며 이달부터 전기요금을 3.5% 올렸다. 직원들에게 흥청망청 나눠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올렸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해마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지만 개선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공기업의 부채는 결국 정부의 부채이고 이는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세금으로 부채를 갚아주니 공기업이 엄청난 부채에도 눈도 깜짝 않고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이 같은 행태를 보면 도대체 무엇을 선진화하고 있다는 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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