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화(中華)문화권과는 전혀 별개인 독창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는가? 이 물음에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의 중심에는 '한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록 한자를 차용해 쓰지만 중국어와는 어순이 완전히 다른 우리말을 갖고 있고, 표의 문자인 한자와 달리 표음 문자인 한글을 발명한 세계에서 유일한 민족이다.
그리고 열강들의 숱한 외침에도 죽기 살기로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왔다. 그 투쟁의 덕분인가. 세계화 시대, 대한민국의 문화유산들이 대접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한옥을 비롯해 한국 전통 음식, 유교문화, 템플 스테이 등 이 고상한 문화들을 체험하기 위해 세계인들이 속속 한국으로 밀려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한의학(韓醫學)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으로 대표되는 한국 전통의학이 더 이상 중국 한의학(中醫學)에 예속되지 않음을 보여준 지는 오래됐다. 이런 가운데 엊그제 어느 케이블 방송이 호주에서 활약하는 한의학 전문가 제임스 플라워 박사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 전통의학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며 한국의 사상(四象)의학론에 푹 빠져있었다. 사상의학은 이제마가 주장한 것으로 사람은 날 때부터 어떤 특정 체질을 타고나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춰 균형을 잡아주면 불로장생한다는 학설이다.
즉 인체의 오장(五臟)을 중심으로 체질을 구별했다. 심장은 중심이므로 제외하고 우선 간(肝)과 폐(肺)를 비교한다. 폐 기능이 크고 간 기능이 작으면 태양인, 그 반대면 태음인이다. 다음에는 비장(脾臟)과 신장(腎臟)을 비교한다. 비장 기능이 크고 신장 기능이 작으면 소양인, 그 반대면 소음인이다. 같은 질병이라도 체질에 따라 처방이 다르고, 섭생은 물론 건강을 지키는 방법도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요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팔상론'으로 발전했다. 오장뿐 아니라 육부의 기능까지 보태 각 체질을 두 개씩으로 세분, 8개의 체질로 구분한다.
어쨌든 '국내용'인 줄 알았던 사상의학이 벽안의 한의사에 의해 호주인들에게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어디 서양이라고 해서 음과 양이 없겠는가. 음양조화 측면에서 보면 동양인보다는 서양인이 훨씬 더 불균형이지 않을까.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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