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발표된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안'에 대해 교육계와 교직단체, 학부모 등이 '수험생과 사교육비 부담을 더 심화시킬 수 있는 졸속적인 정책'이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중장기 대입 선진화 연구회가 발표한 이번 개편안은 ▷수능 2회 시행 ▷국·영·수 수준별 시험 제공 ▷탐구영역 응시과목 축소 ▷제2외국어, 한문 제외 등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수험생은 물론 사교육비 부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교육계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능 응시 기회를 두 번 주는 것에 대해선 실패한 정책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수능시험이 처음 도입된 1994학년도 경우 2회 시험을 치렀지만,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이후 연 1회 시험체제로 바뀌었다.
박영식 대구진학지도협의회 회장(청구고)은 "1994학년도 경우 두 번째 시험이 어렵게 출제돼 첫 시험보다 성적이 잘 나온 학생이 거의 없었다"며 "수능 2회 응시는 학생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국가적인 손실만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고3 교사는 "두번 쳐서 잘 나온 점수를 제출하기 때문에 상위권 수험생의 변별력은 확보되기 어렵다"고 했다.
국·영·수 수준별 시험 채택안은 가장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학들이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어려운 B형 과목 선택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능 변별력 저하로 다른 전형 요소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
이대희 대건고 교사는 "국어, 영어, 수학 성적으로 입시가 판가름나는 현상은 더욱 깊어지고, 특목고, 자사고 등의 학교 서열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대학들이 우수 학생유치를 위해 앞다퉈 대학별 고사를 채택하는 명분을 제공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천재곤 대구전교조 국공립 위원장(수성고)은 "국어, 영어, 수학의 난이도 차별화는 대학이 대입 전형에서 난이도가 높은 B형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사교육비 부담은 현재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탐구 영역 과목 축소도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윤일현 대산학원 진학실장은 "사회·과학 탐구 과목을 각 한 과목씩 응시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미 상당수 대학들이 2개 과목으로 줄여놓았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고3 진학상담 교사는 "학생들이 자기가 선택하지 않는 과목의 수업은 관심도 두지 않을 것"이라며 "수능 과목 축소로 수업 파행이 불 보듯 뻔하다"고 토로했다. 한 중학생 학부모도 "입시라는 민감한 사항을 어떻게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하는 곳이 어디있냐"며 "국영수 사교육비 부담만 더 늘어나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장기 대입선진화 연구회는 이달 말까지 교과부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고, 다음달 권역별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교과부는 이를 토대로 10월 말 정부안을 확정, 발표한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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