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새(國璽) '금도장' 로비, 경찰 수사

최양식 경주시장·정동영 의원 등 받아

2007년 제4대 국새(國璽) 제작과정에서 남은 금이 금도장으로 둔갑, 노무현 정부 당시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로비용으로 건네졌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20일 "행정안전부에서 국새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의뢰해 와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서울경찰청에서 수사를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국새 제작단의 금도장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국새 제작 준비과정에서 최종 단계까지 적절한 관리·감독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체 감사를 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제4대 국새와 관련한 의혹은 남은 금의 전용 등 개인 비리 차원을 넘어 정·관계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행안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 장·차관까지 감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혐의가 밝혀지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국새 제작 결재 라인에 있었던 당시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현 차의과대 총장)과 황인평 전 의정관(현 제주도 부지사)은 "철저히 감독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도장 로비도 처음 듣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당시 행정자치부 제1차관이었던 최양식 경주시장은 "모든 사업이 끝난 직후 작은 도장을 받았는데 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이름을 새겨 선물한 것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50만원 정도 개인 돈으로 사례를 했다"며 "정말 순금 도장인지는 알 수 없고 성분을 분석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도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동영 민주당 의원 측도 "대선 후보 때 정 후보 본인은 모르게 놋쇠 형태의 도장이 전달된 데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새 제작단장이었던 민홍규(56)씨가 원장인 국새문화원과 경남 산청군이 함께 건립하는 국새기념관 건립사업에 행안부의 특별교부금 7억원이 지원된 것으로 확인돼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새가 애초 알려진 대로 전통 가마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경찰 수사 대상이다. 행안부가 2008년 12월 펴낸 국새 제조과정 소개 책자 '국새'에는 "전통적 방식에 의해 제작됐다"고 명시했지만 지난해 발간한 백서에는 "현대식 가마에 넣고 밀랍을 녹임"이라며 반대로 기술했다.

한편 이 같은 의혹은 국새 제작에 참여했던 이창수(46)씨가 최근 '민씨가 금 3kg 중 국새를 제작하고 남은 800∼900g으로 도장을 만들어 유력 인사에게 돌렸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민씨 측은 "실험단계를 거치면서 소실된 금이 많아 사비로 2㎏의 금을 더 추가했으며, 남은 금은 시금제(국새 제작 뒤 지내는 의식)를 지내며 끓여 없앴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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