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 트위터]'친서민' 행보, 변신인가 변질인가

최근 시중에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중도실용' 노선과 '친서민' 정책기조를 두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측근 인사로 비난받으면서 '친기업'으로 대변되는 이념편향 정책으로 질주하던 이명박 정부에서 무슨 연유인지 '중도실용'의 깃발이 나부끼고 '친서민'의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쪽에선 '정치쇼'라고 비판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원칙의 포기'라고 아우성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행보가 진보와 보수 양쪽으로부터 협공당하고 있다.

민주당 중심의 진보진영에서 이명박 정부의 이런 행보를 연일 비난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 민주당은 2005년 출범 당시부터 당의 정강·정책을 통해 '서민과 중산층의 권익을 적극 대변'한다고 천명하면서, 한국 정치지형에서 '서민정당'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에서 '친서민'으로 정책기조를 바꾼 것이 출범 당시부터 '서민정당'을 표방해 온 민주당의 가치를 강탈해 갔다고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는 진정성이 없는 정치적 레토릭(rhetoric)일 뿐이라고 폄훼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행보에 대한 보수진영의 문제제기도 진보진영의 그것에 필적할 만하다. 최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을 강조하면서 '친서민'에 열을 올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친기업' 공약 위반이라는 볼멘소리는 그래도 점잖은 편이다.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대해서 재계는 국민의 반기업(反企業) 정서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고, 보수 언론은 경제논리를 무시한 포퓰리즘(populism)으로 변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오른쪽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하는 자동차'로 비유되고 있다. 요점은 보수는 보수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를 돌이켜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10%대로 곤두박질치지 않았던가. 그렇던 지지율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50%대로 현란하게 급상승했다. 그 결과는 지난 6·2지방선거의 패배를 깨끗이 딛고, 7·28재보선에서 그 과실을 수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이러한 일련의 긍정적(?) 변화를 진보진영에서 비난하고 보수진영에서도 아우성치고 있는 '친서민' 행보 때문이라고 믿기에 충분하다. 정책의 최종적 수혜자는 국민이기 때문에 변신인지 변질인지의 판단은 여전히 국민의 몫으로 남아있다.

그렇기는 해도,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고 묘사된 노무현 정부를 우경화(右傾化)라 했던 것처럼, 현 정부의 '친서민' 행보를 좌경화(左傾化)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다소 거칠기는 하지만 이러한 비유가 성립된다면 한국정당들도 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의 정당들처럼 선거에서 승리를 위해 모든 계층에 구애하는 범국민정당(catch-all people's party)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미세한 변화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일까? 양의 변화가 질의 변화를 가져올지는 조용히 지켜볼 일이다.

윤순갑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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