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 EBS 일요시네마 '애련의 장미' 22일 오후 2시 40분

남아메리카의 한 산간마을을 장악한 부패하고 무능한 군사정권은 어느 날 이곳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을 전면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광산을 몰수하겠다고 발표한다. 이에 반발한 주민들은 사령부를 찾아가 항의하고 곧 양측 간 총격전이 벌어진다. 타지에서 온 노인 카스탱과 청년 샤크는 대규모 충돌사태의 주동자로 지목돼 현상수배를 받는다. 이 둘과 카스탱의 딸 마리아, 술집에서 일하는 진, 가톨릭 신부 라자르디는 진의 뒤를 봐주는 첸코의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마을을 빠져나간다. 하지만 얼마 후 첸코는 사라지고 군인들이 이들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일행은 배를 버리고 한 정글로 은신한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이들은 더럽고 끔찍한 여건 속에서 힘들게 사냥을 하고 불을 피워가며 연명한다. 그러던 중 이들은 우연히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하고 희생자들의 식량, 옷가지, 보석 등을 찾아낸다. 이로 인해 빚어진 갈등의 결과,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이 발생하고 살아남은 마리아와 샤크는 작은 배를 타고 구조의 손길을 찾아 떠난다.

영화는 돈, 권력, 종교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 사회의 탐욕과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타락한 군부, 극한 상황에 도달하자 음험한 속내를 드러내는 가톨릭 신부, 세속에 물들지 않은 표상 같았지만 물욕을 드러내고 마는 벙어리 아가씨, 재력에 매혹돼 노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가 결국 돈과 매력, 젊음을 겸비한 청년을 향해 마음을 돌리는 매춘부 등 인간 군상의 여러 단면을 보여준다.

숨 막히는 산과 강, 정글로 이루어진 자연을 배경 삼은 이 작품은 간간히 등장하는 초현실적인 장면들이 더하는 낯선 묘미가 있다. 그림엽서를 통해 나타났다 사라지는 화려한 샹젤리제와 개선문의 모습, 추락한 비행기 잔해에서 찾아낸 드레스와 보석으로 치장하고 부르주아의 삶을 잠시나마 느껴보는 매춘부 진, 식량으로 잡아둔 뱀에 역겨운 형태로 들러붙는 벌레떼 등 찰나의 장면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진' 역을 맡은 시몬 시뇨레는 당시 프랑스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여배우로 가수 겸 배우 이브 몽탕의 아내로도 잘 알려졌다. 1956년작, 방송 길이 99분.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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