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20)봉사중독증'에 빠진 남자 - 김성득씨

"남들은 저보고 '봉사중독자'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힘든 시절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고마와요'라는 말 한마디에 저는 오히려 행복할 뿐입니다."

구미에서 공직으로 근무한지 올해 20년째인 김성득(52)씨는 지금의 생활이 더 없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공부 대신 농사를 택했던 그가 1985년 결혼과 1남 2녀의 자녀를 두면서 적자였던 농사를 그만 두고 시작한 일이 벌써 그리 된 것이다.

어려운 형편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인의 소개로 1991년부터 구미에 있는 한 국가기관에 자리를 잡았던 그는 비록 24시간 근무 교대하는 공직이었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부인과 함께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 형편이 조금씩 좋아졌고 그때부터 제대로 모시지 못하고 10대 시절에 여윈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으로 봉사를 시작한 것이다. 첫 봉사는 2007년, 구미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였다.

하루 근무가 끝나면 이튿날 쉴 때를 이용해 어르신 목욕봉사에 나섰고 점차 봉사 범위를 넓혀 나갔다.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께 제대로 해드리지 못해서 죄스럽습니다. 그리고 배워야 할 때 학교에 다니지 못해 학생들이 가정형편으로 학교 다니지 못하는 것은 막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런 바람을 자신의 봉사정신에 실으면서 말이다.

이후 김씨의 활동은 어르신 이동 목욕봉사와 ▷매달 두 차례 찾아가는 어르신 봉사 ▷복시시설·단체 3곳에 대한 재정후원 봉사 ▷ 한곳의 복지시설에 대한 어르신 생신축하 케잌 전달 ▷복지시설 두 군데에 대한 쌀과 햇반 전달로 이어지고 있다. 또 어르신 효도관광 버스편도 일부 제공하고 있다.

김씨는 특히 어린 시절, 자신의 어려웠던 형편으로 인한 학업중단이라는 아픔을 되새기며 크지는 않지만 학생들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다. 한 복지시설에는 분기별로 참고서를 전달하고 있는데 올해도 14권을 사 보냈다. 그런 것이 벌써 4년째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복지시설의 중학생 1명에게 학원비 50%를 지원하고 있는데 중학교 졸업 때까지 해주기로 약속했단다.

한달 보름 정도의 근무일을 제외하고는 봉사로 거의 하루 종일 집을 비우기에 집은 '먹고 자고 하는 그런 곳'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김씨는 그래서 부인과 자녀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한다. "옆에서 저를 지켜봐주는 집사람이 고맙고 그런 아버지를 탓하지 않는 자녀들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한다.

김씨는 "사무실과 봉사 장소 그리고 집만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을 하다보니 구미에 살면서도 한번씩 시내에 나가면 달라진 모습에 놀랄 때가 많다"고 했다. 그를 지켜봐온 성심요양원 이춘자 아녜스 수녀 원장은 "몸과 마음으로 진정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운다"고 했다.

앞으로도 계속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김씨는 "제 얘기를 너무 자세하게 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이 오해하니 대충대충 해 달라"며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중독'(中毒)이란 단어가 주는 부정적 뉘앙스에도 불구, 그에게 붙어 다닌다는 '봉사중독자'라는 말은 오히려 가장 적절한 수식어인 듯 하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