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은행 정기예금으로 2년 동안 묶어뒀던 자금 5억원을 꺼내 사모펀드로 옮겼다. 안정성 때문에 은행에 맡겼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과 아예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예금 금리 인상도 기대했지만 별다른 소득도 없었다. 하지만 공모주 펀드나 랩 어카운트에 들어가기에는 손실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컸다. A씨는 결국 코스피200에 연동하며 기준 가격이 60%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률을 8.5~11%까지 보장하는 사모펀드에 투자를 결정했다. A씨는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했지만 최근 주가가 오르면서 나만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예금 금리보다 훨씬 수익률이 높고, 안정적인 편이어서 사모펀드를 택했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계모임'으로 불리는 사모펀드가 지역의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안정적인 투자처와 고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길 원하는 자산가들이 공모펀드에 비해 규제가 적고 운용이 자유로워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모펀드로 몰려들고 있는 것.
대구은행에서 현재 운용되고 있는 사모펀드 설정액은 400억원이 넘는다. 7월부터 이달 20일까지 불과 50일 동안 설정된 규모가 그 정도다. 이달 들어 신규로 모집하는 사모펀드도 80억~100억원에 이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20일까지 신규 설정된 국내 사모펀드는 3천11개에 이른다. 신규 설정된 사모펀드에 몰린 돈도 44조원이 넘는다. 지난달 사모펀드에는 7조5천169억원이 들어왔다.
사모펀드는 펀드 투자자 수가 49인 이하인 펀드다. 사모펀드는 금융시장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투자처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수천억 혹은 조 단위로 자금이 들어오는 탓에 탄력적인 운용이 어려운 공모펀드와 달리 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 대상과 방법, 시기 등이 차별화된다.
사모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회사 PB들도 '돈 되는 사모펀드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PB들은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장기간 회의를 거쳐 사모펀드의 형태를 결정한다. 이후 고객들에게 사모펀드 가입을 권유하고 고객들은 돈이 될 듯 싶으면 1인당 수억~수십억원씩을 내고 사모펀드에 가입한다. 주로 50억~100억원 단위로 모집하며 만기는 6개월 미만으로 짧게 가져가는 점이 특징이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들은 지역 고액 자산가들은 주로 코스피200과 연계된 ELS 형태의 사모펀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지수가 기준가 이상만 되면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사모펀드를 주로 찾고 있는 것. 이는 과거 금융위기를 겪으며 경험했던 쓰라린 기억이 여전한 탓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수익률 뿐만 아니라 손실 기준이 되는 기준가에 민감하다. 또 기존 상품에 편입되기 보다는 아예 투자를 선호하는 종목과 수익률 등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손실이 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에 대한 고객의 확실한 동의를 구한 뒤에 투자를 권유한다"며 "대구은행 전체 수익증권의 60% 이상이 사모펀드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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