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손님 맞을 준비돼 있나] 대구관광점검 <중> 시티투어 버스 실태

통역도 없고 재미도 없고… "그냥 시내버스"

일반 시티투어버스 제5코스를 이용 중인 외국인들이 계명대 한학촌에서 한옥을 둘러보며 즐거움을 만끽했으나 대구시환경시설공단에 들러서는 황당해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일반 시티투어버스 제5코스를 이용 중인 외국인들이 계명대 한학촌에서 한옥을 둘러보며 즐거움을 만끽했으나 대구시환경시설공단에 들러서는 황당해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인 에론 프랜치(32·미국) 씨는 지난달 미국 켄터키주에 있는 부모를 대구에 초청했다. 부모와 함께 시티투어버스(일반)를 타고 팔공산을 다녀온 프랜치 씨는 "시티투어버스는 정작 외국인 관광객에게 필요한 차량인데 외국어 안내가 없었다. 그냥 '버스'로 운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3명이 5천원씩 1만5천원을 내고 시티투어버스를 탔지만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것 뿐이어서 차라리 택시를 이용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대구 시티투어가 통역 등 서비스 부재, 재미없는 코스 구성으로 외국인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한 외국인은 전체 방문객의 3.4%에 불과했다.

◆외국인 불만족인 시티투어버스

대구를 찾는 외국인들은 시티투어가 재미없고, 불편하다고 말하고 있다. 관광객의 발이 돼 도심 속 볼거리, 즐길거리를 안내해줘야 하지만 서비스는 물론 코스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 더구나 일반 시티투어버스와 2층 시티투어버스를 운영하는 곳이 다르고 홈페이지도 따로 있어 관련 정보를 얻는데 헷갈려 하고 있다.

외국어 안내가 부실하고 관광이 주 목적인 시티투어 코스에 대구시환경시설공단, 매곡정수장 등 환경시설이 포함된 것도 의문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일반 시티투어버스만 5번 탔다는 파스타지 차밀라(26·스리랑카) 씨는 코스 선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도심을 도는 일반 시티투어 코스 중 제5코스를 탔을 때 왜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환경시설공단에 들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외국인들이 대구의 참모습을 볼 수 있도록 코스 구성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층 시티투어버스 운행도 문제다. 동대구역에서 오페라하우스, 중앙로, 국립대구박물관 등을 거치지만 한 번 내린 승객이 탑승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다음 목적지로 가버려 내린 곳에서 다시 타려면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배차시간이 긴 시내버스에 불과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지난달 31일 정오 동대구역 앞에서 취재진이 타 본 2층 시티투어버스의 승객은 20명이었다. 취재진과 동행한 미국인 크리스토퍼 테일러(24), 조슈아 브랜트(21) 씨를 제외하면 모두 한국인 탑승객이었다.

버스 내 스크린에서는 대구 소개 영상이 방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한국어만 흘러나와 두 미국인은 멀뚱멀뚱 창밖만 바라봤다. 영어 통역원이나 목적지를 설명해주는 도우미도 없었다. 결국 이들은 '괜히 이 버스를 타 시간만 낭비했다'며 얼마 가지 않아 내려버렸다.

브랜트 씨는 "관광지에 대한 소개조차 없으니 시티투어버스가 아니라 그냥 버스일 뿐이다. 재미가 없다"고 말했고 테일러 씨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지하철을 타는 게 낫겠다"고 불평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동화사, 우방타워랜드 등 대구 주요 관광지를 찾은 외국인은 모두 32만1천804명. 이들 중 시티투어를 이용한 외국인은 1만1천64명으로 약 3.4%에 머물고 있다.

◆이원화된 시티투어 운영효과 반감

서여경(22·여) 씨는 얼마 전 인터넷으로 2층 시티투어 코스를 검색하다 한참 헷갈렸다. 2층 시티투어버스와 일반 시티투어버스 홈페이지가 따로 있다는 점을 미처 몰랐기 때문. 서 씨는 "2층 시티투어버스 홈페이지를 찾는데 한참 걸렸는데 왜 분리해서 운영하는지 모르겠다"며 "대구 사람도 이렇게 헷갈리는데 외국인들은 홈페이지를 찾지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2층버스는 본 기관과 무관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구시티투어 홈페이지(http://www.daegucitytour.com)에 접속하면 팝업창에 이 메시지가 뜬다. 일반 시티투어버스는 대구시관광협회, 2층 시티투어버스는 대구시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도 따로 개설돼 있다. 인터넷에서 '대구시티투어'와 '대구시티투어 2층버스'라고 각각 다른 검색어를 입력해야 홈페이지를 찾을 수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무조건 한 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운영을 잘 할 수 있는 업체에게 일을 나눠 주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해 분리 운영하고 있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관광 전문가들은 시티투어의 서비스 질을 높이는 한편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제를 두고 시티투어 코스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송은정 박사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재미없고 황당한 곳을 안내한다는 것은 그만큼 관광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구를 방문하면 꼭 찾아볼 만한 관광지를 압축해 A와 B 두 개의 시티투어 코스만 운영하는 식으로 군더더기를 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해설사로 8년 동안 일하며 관광 현장을 훑어온 영남체험관광연구소 이순자 소장은 "대구는 부산보다 역사·문화 자원이 더 많아 관광 잠재력을 갖췄음에도 이를 이야깃거리로 만들어내지 못해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며 "시티투어 코스를 역사, 문화, 이벤트형 등 테마별로 분류하는 것도 연구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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