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에게 임기 중 이룩한 치적 가운데 한 가지만 들라고 한다면, 아마도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국민들을 가난에서부터 해방시킨 것을,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88서울올림픽'을 개최한 것을 첫 손가락에 꼽을 것이다.
한편 김영삼 대통령은 군사정권을 종식하고 민주화를 이룩한 것을, 김대중 대통령은 햇빛정책을 추진하여 남북관계를 개선한 것을,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을 치켜세울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지방발전과 관련한 정책 추이를 살펴보면, 박정희 대통령은 지방에 국가산업단지'고속도로'항만'댐 등을 건설하고, 농촌에 새마을운동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후 1980, 90년대의 정권들에게 지방정책은 부수적이거나 단편적이었다. 그 결과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수도권 집중 국가가 되었다.
그렇다면 왜 1980, 90년대의 정권들에게 지방은 관심 밖이었을까? 무엇보다도 지식기반시대를 맞이하면서 고급기술이 필요한 첨단산업은 수도권이 최적지였으므로 90년대 이후에는 장치산업 중심인 지방에 더 이상의 대규모 공단건설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1980년대 이후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채택되면서 최고 통치자들은 균형개발과 같은 장기정책 추진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올림픽'민주화'남북정상회담'과 같은 대규모 행사나 인기에 영합하는 사안들에 치중하였다. 앞으로도 수도권 인구집중이 심화될수록 정치인들은 지방보다 표가 많은 수도권에 더 많은 관심과 예산을 배정할 것이다.
세상은 참으로 묘하다. 지나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되니, 결국 사건이 터진 것이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세상읽기'에 본능적 감각을 지닌 노무현 후보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을 들고 나와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출범은 한국현대사에 한 획을 긋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참여정부는 '균형발전 없이 국가발전 없다'는 평등과 균형의 국정운영철학을 가진 첫 번째 대한민국 정부였다. '분권'분산'분업'의 국정철학 아래 출발한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분권위원회를 대통령직속기구로 출범시키면서 균형발전의 실천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지방분권에 관한 한 권한을 쉽게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 중앙관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참여정부의 선택은 '중앙관료의 권한을 지방에 넘기는 분권을 포기할 테니, 수도권 분산정책에 협조하라'는 일종의 권력(대통령)과 관료 간의 묵시적 타협책이었다. 그래서 그는 분권을 포기하는 대신 분산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가 있었다. 수도권이 가진 것을 지방에 나누어 줌으로써 지방발전을 추구하겠다는 '지방제일주의자'의 전략이었다.
참여정부의 수도권 분산정책의 요체는 충남 공주'연기 지역에 국무총리실을 비롯해서 행정부의 절반가량을 옮기는 세종시 건설과 수도권에 소재한 중앙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이전하는 10개 혁신도시 건설이었다.
그리고 수도권 분산정책은 '강남 죽이기'로 이어졌다. 그 핵심은 수도권 신도시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세금폭탄'이라 불리는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함으로써 수도권의 부동산 갑부들을 압박하였다. 참여정부는 분산정책과 함께 지방에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에서 분업정책에도 열을 올렸다. 원주'충주'무안'태안'무주'영암해남에 6개의 기업도시 건설을 추진하였고, 시'도별로 4개의 전략산업을 지정'육성함으로써 지방산업의 클러스터화를 도모하였다.
'지방 대통령' 노무현이 일종의 쿠데타식 발상으로 국토균형발전을 시도했지만, 그가 추진한 정책으로 인해 지금 나라 전체가 고민에 빠져있다. 원안대로 추진하자니 효율이 문제가 되고, 포기하자니 균형이 문제가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국토균형발전의 취지는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재미 좀 봤지요!'라고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동기가 국가이익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출발하였고, 장기정책인 균형발전을 임기 내에 끝내려고 무리하게 추진했던 것이다.
모든 정치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지만, 그들의 잘못된 정책이나 추진방식 때문에 국가적인 손실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힘들고 피곤할 때가 적지 않다.
대구경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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